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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新물질 만들어 낸 자, 문명을 지배하다

■ 문명과 물질

스티븐 L.사스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최초의 물질은 돌이었다. 문명사(史)가 석기시대부터 시작하는 이유다. 초기 인류는 돌을 이용해 도구로, 가공해 무기로 사용했다. 약 2만6,000년 전에는 획기적인 발견이 이뤄졌다. 열을 가해 ‘점토’를 만들게 됐고 점토를 굽는 토기 제작법을 발견한 이후로는 인류가 자연에 순응하는 것을 넘어 본격적인 정복 활동을 시작했다. 깨지기 쉬운 돌과 점토의 시대를 지나 망치로 두드려 가공하기 쉽고 구부리는 게 가능한 금속을 발견하면서 인류의 문명 발달에는 가속도가 붙었다. 기원전 4000년을 전후해 오늘날의 이란 지역에서 구리가 처음 제련된 것은 아마도 도공의 실수에서 시작됐을지 모른다. 구리와 탄소·산소·수소가 들어있는 공작석을 숯과 함께 가열하면 구리 금속만 남게 된다. 약 2,000년이 지나 동지중해 정세가 격랑에 휘말리자 청동기가 부족해졌고, 이는 철기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됐다. 고온에서 철을 다루는 야금술은 가마 온도를 높이는 기술을 끌어올렸고, 가마 온도가 높아지자 유리를 다루는 기술도 함께 개발됐다. 진귀하던 유리가 일상 용품이 되자 답답하던 흙벽 자리를 창문이 대신하게 됐다.

40년 이상 미국 코넬대 재료공학과 교수로 재직했던 스티븐 L.사스 박사가 돌·점토·구리·청동과 같이 고대 인류가 발견한 물질부터 시멘트·실리콘·폴리머 등 현대에 발견한 물질까지 두루 살피며 문명과 물질이 진화해온 방식을 분석했다. 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처럼 인류의 문명 발달이 물질 이름으로 구분되는 것만 보더라도 “물질과 인류의 문명사는 서로 맞물려 있고, 물질은 국가의 운명뿐 아니라 국가가 번성하고 몰락하는 시기도 규정한다”는 저자의 말이 쉽게 와 닿는다.



로마의 알렉산더 대왕은 트리키아에서 추출한 금 덕분에 대제국을 건설했다. 중국이 무역과 탐험에 나설 수 있었던 것도 종이·나침반·화약 같은 새로운 물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6세기 스페인의 남아메리카 정복은 막대한 양의 금과 은을 차지하려는 욕망에서 시작됐다. 근대 영국은 물질의 부족을 산업혁명으로 극복해 강대국 대열에 올라섰다. 오늘날의 미국은 실리콘과 광섬유를 기반으로 삼는 컴퓨터와 정보 혁명의 본거지로 “금세기 물질 혁신의 중심지”가 됐다. 물질의 발명과 혁신은 부가 축적되는 자본 시스템을 가져왔고 “연간 생산량을 백만 장 단위로 표현하는 ‘반도체 지표’가 연간 생산량을 백만 톤 단위로 표현하는 기존의 ‘철강 지표’를 대체”하는 시대가 됐다.

합금 기술이 금속의 강도를 높이는 것을 물질이 바꾼 역사의 흐름에 비유한 저자는 “역사는 인류가 발명 혹은 발견해 사용·변용·남용한 모든 물질을 합성하듯이 버무려낸 것이며, 각 물질은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만9,000원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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