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 TSMC가 중국 내 공장 증설 계획을 밝힌 데 대해 중국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자 사실상 정부 기구인 관영 신화통신이 자제를 요청했다. 중국에서 ‘애국주의’를 부추겨온 선전 매체들이 군중심리가 선을 넘자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신화통신은 ‘반도체 칩을 구할 수 있는 빠른 길은 없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TSMC의 중국 공장 건설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반도체 국수주의’라고 비판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TSMC가 미국에 첨단 칩인 5나노(㎚, 10억분의 1㎡) 생산 라인을 건설하는 반면 자국에서는 이른바 성숙 공정으로 불리는 28나노 칩 생산 라인을 증설하는 데 따른 반(反)TSMC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신화통신 논평은 “중국 내 생산 소비만 강조하는 일방적인 생각과 근시안적 행동 등은 반도체 산업의 장기적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중국 반도체 업계는 글로벌 공급망에 더욱 완전히 섞여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반도체 제조에서 중국이 자립할 때까지는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TSMC는 중국 난징 공장에 대한 28억 8,700만 달러(약 3조 2,000억 원)의 추가 투자로 28㎚ 반도체 생산 라인을 증설해 차량용 반도체 공급을 늘릴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보기술(IT) 전문가 샹리강은 ‘TSMC의 난징 공장 확장 계획을 중지시켜야 한다’고 촉구하는 글을 공개적으로 내보냈고 이것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확산되며 중국 당국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샹리강은 “TSMC가 미국에 5㎚ 반도체 공장을 짓는 대신 중국에서는 28㎚ 반도체의 덤핑 공급을 확대할 것”이라면서 “이는 반도체 분야에서 추격 중인 중국 업체들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들은 앞서 TSMC의 공장을 허가한 중국 당국에 대한 정면 도전이기도 하다. 관영 신화통신이 “일부 인사들이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창한 ‘국제·국내 쌍순환’을 잘못 해석하고) 내부 순환만 강조하는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만 한다”고 주장한 이유다. 다만 이는 ‘중국 제일’이라는 중국 당국의 애국주의 선전에 따른 반사 작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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