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이혼을 발표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가 약 3년 전 측근의 성폭력 사실을 비밀리에 해결하려 시도해 아내 멀린다의 불만을 샀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2017년 워싱턴주 커클랜드에서 자전거 가게를 운영하던 한 여성은 빌·멀린다 게이츠 부부의 측근인 마이클 라슨이 자신에게 성폭력을 휘둘러왔다고 편지를 보내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슨은 30년 가량 빌 게이츠의 자산을 관리해 온 직원으로, 현재도 빌이 직접 설립한 투자업체인 캐스케이드 인베스트먼트에서 일하고 있다.
이 여성은 해당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 했으나 실패해 게이츠 부부에게 편지를 보냈다면서 상황이 해결되지 않으면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적었다. 측근들에 따르면 빌 게이츠가 이 문제를 비밀리에 해결하려 했으며 멀린다는 외부 기관의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의견 차이 때문에 둘은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여성은 다음 해인 2018년 비공개 합의를 통해 금전 보상을 받았다. 그러나 멀린다는 이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변호사를 고용해 사안을 검토하고 직장 내 문화를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라슨은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출근하지 않았다가 다시 직장으로 복귀했다.
앞서 빌은 27년간 결혼 생활을 이어온 멀린다와 이혼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이혼 사유는 밝히지 않았으나 그가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친분을 이어간 데에 멀린다가 크게 분노했다는 외신들의 보도가 나왔다. 엡스타인은 미성년자를 상대로 수많은 성범죄를 저질러온 사실이 밝혀진 뒤 2019년 8월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부부를 지켜본 여러 사람들은 빌 게이츠가 이뿐만 아니라 직장에서 종종 부적절한 행동을 해왔다고 말했다. 빌 게이츠가 MS나 이 부부가 세운 자선단체 '빌앤드멀린다 게이츠 재단'에서 일하는 여성들에게 접근했으며, 부부가 함께 참석한 재단 회의에서 간혹 멀린다를 무시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NYT는 또 다른 두 소식통을 인용해 빌 게이츠가 2006년 MS에서 한 여성 직원의 보고를 받은 뒤 개인적으로 이메일을 보내 저녁을 먹자고 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당시 그는 이메일에 "만약 불편하면 없었던 일로 해달라"고 썼으며, 이 여성은 빌의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단에서 일했던 한 여성도 유사한 경험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이 여성은 2007∼2008년 빌 게이츠가 재단을 대표해 뉴욕시로 이동하던 중 칵테일파티를 열고 자신에게 "너랑 만나고 싶다. 나랑 저녁 먹겠느냐"고 속삭였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불편함을 느꼈으나 웃어넘기며 대답을 회피했다고 전했다.
빌 게이츠 대변인은 "부부의 이혼 사유 등에 대한 수많은 허위 사실들이 보도돼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엡스타인과의 만남과 재단에 대한 이야기들은 부정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멀린다를 무시했다는 것은 거짓이다. 둘의 이혼을 둘러싼 유언비어와 추측이 갈수록 괴상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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