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상에 생명체가 존재한 이래 5차례의 대멸종이 있었고, 그 때마다 절반 이상의 생물종이 자취를 감췄다. 그 속에서 인류의 삶은 환경 변화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고 생존해 나가는 과정의 연속이었을 터다. 코로나 팬데믹과 기후 변화로 또 한 번의 위기에 직면한 지금, 인류는 어떻게 진화하고 살아남을 지를 다시금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이 18일부터 700만 년 인류 진화의 여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기획 특별전 '호모 사피엔스 : 진화∞ 관계& 미래?'를 개최한다. 진화적 관점에서 본 인간의 존재 의미와 진화 과정에서 맺어온 다양한 생물종과의 관계를 화석 및 고고 자료 등 700여 점의 전시로 풀어냈다.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를 통해 인류의 실체를 그려내는데 초점이 둔 이 전시는 진화에 대한 이해부터 출발한다. '프롤로그'는 인류 기원에 대한 물음을 종교의 영역에서 과학의 영역으로 가져온 찰스 다윈(1809~1882)의 '종의 기원'과 진화에 대한 편견, 인식의 한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필트다운인 사건'을 소개한다. 필트다운인 사건은 1912년 영국에서 인류와 오랑우탄, 침팬지의 화석을 위조해 고인류 화석으로 보고한 고인류학 최대의 사기 사건이다. 이를 통해 진화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변화무쌍한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느냐, 도태되느냐의 문제로 이해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1부 진화'는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부터 호모 사피엔스까지 700만 년에 걸친 인류 진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화석을 전시했다. 극심한 환경 변화에 인류가 어떻게 적응했으며, 호모 사피엔스는 어떤 존재인지를 소개한다. 7만 년 전 대규모 화산 분출로 멸종 위기를 겪었던 호모 사피엔스의 사례를 통해 기후 변화에 따라 인류가 어떻게 변화하고 적응했는지 엿볼 수 있다.
'2부 지혜로운 인간, 호모 사피엔스'는 현생 인류로 불리는 호모 사피엔스의 특징을 예술과 장례, 도구, 언어와 기호, 탐험이라는 5가지 주제로 구분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상상력에 기초해 실존하지 않는 세계나 체계를 만들어 수많은 위기를 극복했는데, 이번에 전시된 프랑스 쇼베와 라스코 등의 동굴벽화 자료, 사자인간이나 비너스 등의 조각품, 눈금을 새긴 돌 등이 그 증거다. 실감형 콘텐츠 '함께하는 여정'에서는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종이 그물처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통해 종의 다양성과 공생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에필로그 : 호모 사피엔스의 미래'는 인간의 탐욕이 초래한 환경오염과 그에 따른 기후 변화 등이 인류를 6번째 대멸종으로 이끌 수 있음을 경고한다. 이를 통해 관람객으로 하여금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과 위치를 자각하고, 미래를 어떠한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든다.
전시는 오는 9월26일까지. 오는 12월과 내년 4월에는 각각 국립중앙과학관과 경기도 연천 전곡선사박물관에서 순회 전시할 예정이다.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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