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 문제가 핵심 의제로 꼽히는 가운데 북한 인권 문제가 양국 협의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양국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지 못할 경우 대북 전략은 물론 백신·반도체 등 다른 현안에도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최근 한국의 대북전단살포금지법 청문회까지 개최한 미 하원의 지도부를 정상회담보다 앞서 만날 예정이다.
18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20일 미 의회를 방문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하원 지도부와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21일 미국 대통령·부통령을 만나기에 앞서 의회 인사들부터 찾는 것이다.
정치권과 외교가에서는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문 대통령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미국 의회부터 설득하려는 포석으로 평가했다. 조 바이든 정부가 문 대통령과 대북 전략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인권 문제를 들고 나올 경우 전반적인 협상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미국 하원 산하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지난달 15일 대북전단금지법을 다루는 청문회를 열었다. 미 의회 산하 위원회가 동맹인 한국 내 표현의 자유와 북한 인권 정책을 청문회 안건으로 올린 것은 극히 이례적인 사례다. 이 위원회는 추후 2차 청문회를 열 수 있음을 예고한 바 있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도 17일(현지 시간) “미국은 인권을 외교정책 중심에 두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인권유린에 목소리를 높이는 파트너들과 함께 힘을 합치고 있다”고 했다. 북한과의 외교의 문은 열어두지만 그 외교의 의미가 단순한 ‘북미 대화’뿐 아니라 인권 문제까지 포함됐음을 강하게 암시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북한 정권은 자국민을 착취하고, 핵과 탄도무기 프로그램을 강화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쓰일 자원을 전용하는 데 대한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국무부 논평은 전날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문정인 전 대통령 외교안보특보(현 세종연구소 이사장)가 내놓은 한미 관계 전망에 대한 반박 형식을 띠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당시 문 전 특보는 “미국이 북한 인권 문제를 들고 나올 경우 비핵화 문제에서 진전을 이루기 어렵다”며 “북한은 인권 문제를 들고 나오면 대북 적대시 정책이라 보고, 이 경우 핵을 포기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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