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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주·이광형 "실패해도 또 부딪치고 넘어져야, 머스크 같은 괴짜·혁신 나와" [왜 기업가정신인가]

■이광형 KAIST 총장-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기업가정신' 특별대담

기업가정신 막는 기득권·고정관념 판쳐

KAIST도 각종 규제로 못 하는 연구 많아

'마음대로 놀아봐라' 일괄적으로 풀어주고

R&D 예산 성공 가능성 낮은 쪽에도 지원

역동적문화 만들어야 글로벌 기업가 나와

이광형(오른쪽) KAIST 총장과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19일 서울 강남구 KAIST 도곡캠퍼스에서 기업가정신을 고취해 역동적인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한국에서도 일론 머스크 같은 괴짜나 혁신 기업인들이 많이 나올 수 있게 기업가 정신을 고취해야 합니다. KAIST에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해 어떤 연구를 해도 간섭하지 않는다든지 파격적인 정책을 폈으면 합니다.”

이광형 KAIST 총장과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서울경제가 19일 ‘왜 기업가 정신인가’를 주제로 서울 KAIST 도곡캠퍼스에서 마련한 특별 대담에서 “성장이 침체되고 도전 정신이 떨어지며 나라가 활력을 잃고 있다”면서 “혁신의 가장 큰 적인 기득권과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역동적인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두 사람은 평소 일자리를 늘리고 행복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도전과 열정, 창의와 혁신을 바탕으로 무에서 유를 만들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기업가 정신을 강조한다.

이들은 “대학, 정부 출연 연구원, 기업에서 따라가는 연구가 주를 이뤄 제대로 연구개발(R&D)다운 R&D가 부족하다”며 “대학과 출연연이 선도 연구를 하고 기업과 같이 응용 개발하는 협업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베끼는 문화가 여전한데 특허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혁신이 일어난다”며 “역동적인 사회 문화를 만들어야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넘을 수 있다”고 했다.

사회= 고광본 선임기자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우리 사회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데.

△이 총장=산업 혁신이 필요하다. 실업자가 너무 많다. 성장이 정체돼 활력이 떨어진다. 젊은이들이 도전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게 기업가 정신이다. 사회를 역동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수한 젊은이들이 공무원·공기업 시험에 매달리고 있어 안타깝다.

△황 회장=우리는 경제적으로 선진국 문턱까지 이르렀고 지식수준도 가장 높은 국가로 부상했다. 이제는 행복 국가로 가야 한다. 헝그리 정신이나 모방이 아니라 혁신과 리더십을 통해 경제적 여유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시간적 여유와 환경의 자유도 가질 수 있다. 기업가 정신은 부모의 마음처럼 좋은 일을 만드는 사람이 많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다.

-결국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에서 벗어나 ‘퍼스트 무버(개척자)’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가 정신이 중요한데.

△이 총장=사회를 풍요롭게 만들고 행복을 추구하고 새로운 일거리를 만드는 게 혁신이다. 뭔가 발버둥 치는 것이다.

△황 회장=4차 산업혁명에서는 지식·기술·정보·통계가 빛의 속도로 세계인에게 공유된다. 지식에 오감을 더해 기술을 창조하고 기술에 영감을 둬 혁신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본인들의 경험 중 기업가 정신의 사례를 든다면.

△황 회장=지난 1993년 창업할 때 반도체 전공정 장비를 개발한다고 하니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처음에 미국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이런 아이디어와 기술, 목표·전략이 있다’고 하자 시큰둥했으나 거듭 설득한 끝에 동반 성장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그 뒤 우리만의 세계 최초 기술로 반도체 전공정 장비를 잇따라 개발했다. 학연·혈연·지연이 아닌 기업가 정신으로 돌파했다. 시골에서 힘들게 사신 부모님을 떠올렸다.

△이 총장=혁신의 출발은 상상력이다. 연구실에서 수년 뒤 사회가 어떻게 변하거나 사람들이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를 상상해 미리 준비했다. 과거 제 대학원생이던 김정주 씨가 인터넷이 안 되던 때 넥슨을 창업했는데 미리 네트워크 게임을 만들어 나중에 대박을 냈다. 이런 상상력은 여행이나 미술·음악 등 예술도 즐기고 책도 읽어야 생긴다. 일에만 몰입한다고 되지 않는다.

-기업가 정신의 DNA가 우리 사회와 대학·기업에 녹아들게 하려면.

△황 회장=혁신의 가장 큰 적은 기득권과 고정관념이다. 기업 경영에서 이것을 항상 경계하고 있다. 총장님이 거꾸로 TV를 보거나 조직도를 걸고 10년 뒤 달력을 배포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학생들이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게 해야 한다. 협력과 공유를 잘하는 것이 기업가 정신의 출발이라는 점도 각인시키면 좋겠다.



△이 총장=혁신을 추진하며 부작용이 생기더라도 감수하겠다.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임기 중 과실을 안 따더라도 씨앗만 뿌려도 된다는 생각이다. 일부 교수들이 ‘자칫 학교가 너무 천박해지는 것 아니냐’고 비난하는데 KAIST는 기술 사업화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소명이 있다. 학생들이 돈을 받으며 학교를 다니고 전문연구원제도가 있어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되는 혜택을 받고 있다. 다행히 KAIST에 소명 의식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40여 명의 교수가 힘을 합쳐 올 초에 이동형 음압 병동을 개발해 시범 운용하고 있는 게 한 예다. 해외에서도 구매 의사를 타진해 협상을 하고 있다.

이광형(오른쪽) KAIST 총장과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19일 서울 강남구 KAIST 도곡캠퍼스에서 기업가정신을 고취해 역동적인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대학의 R&D 경쟁력과 산학 협력 수준을 평가한다면.

△황 회장=대학은 성공할 수 있는 연구만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과감히 선도 연구를 해야 임팩트 있는 결실도 볼 수 있고 노벨상도 받을 수 있다. 교수들이 부모 역할을 하며 제자들의 창업을 도와 성공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혁신 경제가 되려면 특허 보호도 잘돼야 하는데.

△이 총장=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따라 고의로 특허를 침해할 경우 손해 인정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도록 바뀌었다. 하지만 손해액 산정 기준도 미흡하고 피해자에게 피해를 입증하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민사소송 시 공탁금도 중소기업에는 부담이다. 외국 업체의 무차별 특허 침해 소송 우려에도 잘 대비해야 한다. 정부 조달 시장에서 중소 벤처기업 제품은 외국 기업보다 프리미엄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조항을 위배하는 게 아니다.

△황 회장=혁신 생태계가 이뤄지려면 가격보다 혁신의 가치를 고려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조달 행정에서 최저입찰제를 바꿔야 한다. 모방한 사람이 더 크게 성장해서야 되겠나. 미국과 유럽에서는 고의로 특허를 침해한 곳에 대해 회사 문을 닫게 할 정도로 강하게 처벌한다. 무엇보다 혁신 의지를 자꾸 북돋아줘야 일론 머스크 같은 혁신가나 몽상가·괴짜가 나올 수 있다.

이광형 KAIST 총장


-R&D 경쟁력 강화나 규제 혁신, 교육 혁신 측면에서 제안한다면.

△이 총장=KAIST 전체에 기술 샌드박스를 시행했으면 한다. 규제 때문에 못 하는 연구가 많다. 학교에서 드론도 못 띄워 중국에 한참 뒤처지지 않았나. 원격의료를 하거나 개인들이 건강 정보를 인터넷으로 주고받는 것도 법에 걸린다. 학교에서 하는 헬스 케어 실험에도 제약이 많은 것이다. 시범적으로 KAIST 캠퍼스에서라도 ‘맘대로 해봐라, 맘껏 놀아봐라’라며 일괄적으로 규제를 풀어줬으면 좋겠다. 정부가 R&D 예산을 기획·집행할 때도 성공 가능성이 80% 이상 되는 것은 지원하지 말고 오히려 성공 가능성이 낮은 쪽에 줘야 한다. 연구에 실패하더라도 고의가 아니라면 좀 봐줘야 한다. 교육 혁신을 위해서는 학생들이 책을 많이 읽도록 하고 4년 중 한 학기는 기업에서 현장 실습을 하도록 해야 한다.

△황 회장=교육은 주체적 혁신을 위한 의식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리는 무의식 속에 모방이 습관화돼 있는데 이를 타파해야 혁신 경제, 일류 국가로 갈 수 있다. 혁신하려면 자신만의 R&D를 해야 한다. 독창적인 가설을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회 문화가 돼야 한다. 우리 학계는 선진국의 연구 가설을 인용하는데 익숙한데 이래서는 혁신이나 제대로 된 R&D가 일어날 수 없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1954년 서울 △서울대 산업공학 학사, KAIST 산업공학 석사, 프랑스국립응용과학원(INSA) 리옹 전산학 석·박사 △KAIST 바이오뇌공학과장, 국제협력처장, 미래전략연구센터장,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 과학영재교육연구원장, 교무처장, 미래산업석좌교수, 교학부총장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1959년 경북 고령 △1986년 인하대 공대 졸업 △2004년 명예공학박사 △1993년~ 주성엔지니어링 대표 △2010~2012년 벤처기업협회장 △2010~2015년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초대 이사장 △2012년~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2015~2016년 청년희망재단 초대 이사장 △2018년~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 공학한림원 IP전략연구회 위원장 △2019년~ 대·중소기업 상생협의회 위원장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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