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알리바바 때렸나... 中 부총리 아들, 징둥닷컴 ‘큰 손’

류허 아들 의장 맡았던 투자사 '스카이쿠스'

최소 1,242억원 '베팅'... 텐센트도 투자

알리바바 제재 수혜 기업들... 류허는 '금융 개혁' 칼자루 쥐어

류허 중국 국무원 부총리. /AP연합뉴스

류허 중국 국무원 부총리의 아들이 징둥(JD)닷컴과 텐센트 등 중국 IT 대기업에 거액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류 부총리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50년 지기 친구이자 경제 ‘책사’ 노릇을 하는 최측근으로 경제·금융 개혁을 주도하며 ‘칼자루’를 쥔 인물이다.

19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류 부총리의 아들인 ‘류톈란’은 지난 2016년 설립된 중국 투자회사 스카이쿠스(Skycus) 캐피털의 의장을 맡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류톈란은 류 부총리가 25인으로 구성된 중앙정치국 위원에 발탁되기 6개월 전인 2017년 4월 의장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1년 뒤인 2018년에는 자신이 가진 지분을 모두 스카이쿠스의 다른 이사에게 양도했다.

스카이쿠스는 중국 IT 기업에 집중 투자를 해온 투자사다. 지난 2018년 중국 전자상거래 2위 업체인 징둥닷컴의 물류 자회사 징둥 로지스틱스에 7,000만달러(약 790억원)를, 이듬해인 2019년에는 징둥닷컴 헬스케어 자회사인 징둥 헬스케어에 4,000만달러(약 452억원)를 투자했다. 스카이쿠스는 징둥닷컴 핀테크 자회사인 징둥 테크놀로지에도 투자했지만 정확한 시기와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결국 징둥닷컴 측에만 최소 1억1,000만달러, 약 1,242억원을 쏟아 부은 것이다. 스카이쿠스는 이밖에 지난 2018년 텐센트 뮤직에 500만달러, 중국 물류사인 데쿤 로지스틱스에 7,000만달러를 각각 ‘베팅’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류 부총리가 현재 중국에서 경제·금융 개혁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이자 ‘핀테크’ 산업을 이끈 알리바바는 중국 당국의 대대적인 제재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 전 회장이 지난해 중국 금융 당국을 비판한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알리리바바의 금융 자회사인 앤트그룹은 지난해 11월 예정됐던 상장이 아무 이유 없이 돌연 무산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앤트그룹 상장 무산이 중국 금융 개혁의 일환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놨다.

FT는 “중국 당국의 알리바바 제재로 전자상거래 경쟁사인 징둥닷컴이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며 “알리바바의 핀테크 경쟁사인 텐센트도 일부 수혜를 입었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례는 중국 공산당 고위직의 자녀들인 ‘태자당’이 사회적 감시의 눈에도 여전히 ‘암약’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한 업계 고위 임원은 “태자당은 눈에 쉽게 띌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극도로 (언행을) 조심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조양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