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열기를 이어온 대구에서 청약 당첨자의 계약 취소 등의 사유로 무순위 청약을 받는 단지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일반 청약에서 미달이 나는 단지도 늘어나는 추세다. 시장에선 최근 몇 년 분양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시장이 소화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서울경제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부터 이번 달까지 청약홈을 통해 무순위 청약을 받은 전국 아파트 단지 18곳 중 11곳은 대구에서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무순위 청약은 청약 당첨자가 대출 실패 등의 문제로 계약을 취소하거나 애초에 일반 분양에서 청약이 미달돼 미분양 물량이 생기면 진행하게 된다. 대구 지역의 경우 11곳 중 6곳은 일반 분양 ‘완판’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계약이 무효화되거나 취소되면서 무순위 청약을 받게 된 경우였다. 5곳은 일반 분양에서부터 미분양 물량이 다수 발생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난달 초 일반 청약에서 257가구 모집에 통장 1,889개가 몰리며 경쟁률 7.4대 1을 기록한 대구 중구 ‘힐스테이트 달성공원역’은 지난 18일 55가구가 무순위 청약을 접수했다. 125가구 청약에 542명이 통장을 던져 평균 경쟁률이 4.3대 1이었던 ‘대구역한라하우젠트센트로’도 지난 20일 총 공급 가구의 절반에 달하는 52가구가 무순위 청약 물량으로 나왔다. 분양 관계자에 따르면 대출 제한이나 청약 자격 미달보다는 ‘단순 변심’ 등으로 인해 무순위 청약 물량이 다량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순위 청약에서도 일부 주택형 미분양이 발생하는 사례가 나왔다. 지난 10일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대구 동구 ‘이시아 팰리스’는 3개 주택형(전용 84㎡ A·B·C) 중 2개에서만 물량이 소진됐다. 경쟁률은 84㎡A에서 2대 1, 84㎡B에서 1.5대 1을 기록했다. 애초에 일반 분양에서 미분양이 다량 발생한 ‘대구 안심 파라곤 프레스티지’는 무순위 청약에서도 696가구 중 524가구에서 미분양이 발생했다.
일반 분양에서 청약 미달이 되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에서 청약을 받은 아파트 10개 단지 중 3곳은 미분양된 것으로 나타났다. 11개 단지 중 10개 단지가 ‘완판’에 성공한 올해 1분기와는 대비되는 성적표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 아파트 초기 분양률은 2분기부터 3분기까지 100.0%를 기록한 뒤 4분기에도 ‘미분양 0%’에 근접한 99.8%를 나타냈다.
추세가 반전된 것은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한 분양 물량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부동산114 통계에 따르면 대구 지역 아파트 분양 물량은 최근 3년간 9만여 가구(2019년 2만 9,103가구, 2020년 3만 1,241가구, 2021년 2만 9,315가구 예정)에 달한다. 같은 기간 10만 8,308가구를 기록한 서울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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