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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정주영이 준비한 ‘지뢰제거 전차’, 文 임기 중 휴전선 갈까 [서종갑의 헤비뉴스]

고 정주영 회장 “남북 관계 개선…지뢰제거 전차 준비하라”

방사청, 18년 장애물 개척 전차 전투적합 판정…19년 양산

육군 소요 제기한 1994년 이후 26년 만에 전력화 꿈 이뤄

자기장 쏘고, 쟁기로 흙 갈아 지뢰 드러내고, 안전지대 표식

비무장지대·민간인 통제구역 지뢰 86만 발, 평화의 시대 소망

장애물 개척 전차./사진 제공=현대로템




고 정주영 회장 “남북 관계 개선…현대로템(064350)서 지뢰제거 전차 준비하라”


“1990년대 생전 정주영 회장님은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지뢰를 제거해야 하니 현대로템에서 지뢰제거 전차를 만들라’고 지시했습니다. 당시 기술로 전차 앞에 롤러를 달아 지뢰제거 전차를 만들었는데 내구성이 영 별로였습니다. 2000년 당시만 해도 남북 화해무드로 곧 비무장지대(DMZ) 지뢰 제거를 할 줄 알았지만 시간이 흘러 이제야 지뢰제거 전차가 양산되고 있습니다. 2018년 방위사업청과 총 78대 규모 양산 계약을 맺고 이제 20여 대가 완성됐습니다.”

지난 20일 현대로템 창원공장을 방문했습니다. 1980년대 입사해 올해 정년을 맞은 현대로템 관계자는 청년 시절 기억과 희망을 하나, 둘 꺼내 기자에게 전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회담을 앞두고 있던 때라 그는 지뢰제거 전차가 ‘제 역할을 할 때가 왔다’는 기대심을 내비쳤습니다. 그는 “부디 남북 협력을 앞당길 회담 결과가 나와 DMZ에 있는 지뢰를 밀어버리면 좋겠다”며 “‘양산을 서두르라’는 지시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회담이 끝난 지금, 결론적으로 지뢰제거 전차의 DMZ 투입은 다소 시간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방사청, 2018년 장애물 개척 전차에 전투적합 판정…2019년부터 양산


장애물 개척 전차./사진 제공=현대로템


그의 바람이 단기간 내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고 해도 양산을 미룰 수는 없는 일입니다. 창원공장 지뢰제거 전차 양산 라인에는 파워트레인을 조립하고 1,200마력 엔진 시동을 걸었다 끄며 성능을 점검하느라 분주해 보였습니다. 지뢰제거 전차의 정식 명칭은 장애물 개척 전차입니다. 여타 전차보다 두꺼운 장갑을 장착하고 포 대신 지뢰 제거용 쟁기와 굴삭기를 달았습니다. 전시에는 기갑부대 선두에 서 지뢰 제거 및 기동로 확보 임무를 맡습니다. 언뜻 보면 평화의 전차 같지만 실제로는 전면전 전용 병기인 것입니다.

이 때문일까요. 장애물 개척 전차는 2018년에야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전투적합 판정을 받고 2019년에 양산에 들어갔습니다. 2023년까지 총 78대를 제작할 계획입니다. 현재 창원공장에서는 20번 대 장애물 개척 전차가 조립되고 있습니다. 2018년만 해도 장애물 개척 전차 양산 속도가 기존 계획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우선 남북 관계가 우호적이었습니다. 2018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비무장지대(DMZ) 유해 발굴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DMZ 유해 발굴을 위한 지뢰 제거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관측은 결국 틀리고 말았습니다.

육군 소요 제기한 1994년 이후 26년 만에 전력화 꿈 이뤄


우리 육군은 장애물 개척 전차를 1994년부터 원해 왔습니다. 12년이 지난 2006년 12월 장애물 개척 전차 소요가 결정됐고 전력화 결정은 20년이 지난 2014년 11월에나 시작됐습니다. 당시 현대로템이 장애물 개척 전차 체계개발 사업 수행자로 선정됐습니다. 이후 현대로템은 기존 K1A1 전차 차체에 지뢰제거용 쟁기, 굴삭 팔 등을 적용해 방사청으로부터 2018년 6월 장애물 개척 전차의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아냈습니다. 이후 양산된 전차는 2020년 처음으로 일선 군부대에 배치됐습니다. 육군이 1994년 장애물 개척 전차가 필요하다고 요구한 후 26년 만에 현실화한 것입니다.



자기장 쏘고, 쟁기로 흙 갈아 지뢰 드러내고, 안전지대 표식까지


장애물 개척 전차./사진 제공=현대로템


장애물 개척 전차는 3단계에 걸쳐 지뢰를 제거합니다. 전차 앞에 부착된 자기 감응 지뢰 무능화 장비로 자기장을 쏴 지뢰를 기폭 시키는 게 처음입니다. 이때 지뢰가 터지더라도 장애물 개척 전차는 두꺼운 장갑을 착용해 큰 피해가 없다고 합니다. 그 다음으로 전차 전면에 장착된 지뢰제거 쟁기로 대인 및 대전차 지뢰를 제거합니다. 쟁기를 지표면에 일정 부분 박은 후 흙을 갈아 엎으며 묻힌 지뢰를 드러나게 하는 겁니다. 지뢰 제거를 완료한 지역에는 안전한 통로란 걸 알리기 위해 공기압으로 표식 막대를 발사해 설치합니다. 이 장비는 차량 후미 좌우에 1개씩 설치돼 있는데요. 5초, 10초, 15초 시간 단위 혹은 5m, 10m, 15m 등 거리 단위 발사도 가능합니다.

장애물 개척 전차는 지뢰만 제거하는 게 아닙니다. 차체에는 유압식 관절 굴삭팔이 장착돼 있습니다. 굴삭용 버킷, 파쇄기를 적용하면 참호 매립, 방벽 파괴까지 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일반 크레인으로 사용할 수도 있어 무거운 장비, 물자 인양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비무장지대·민간인 통제구역 매설 지뢰 86만 발 추정…평화의 시대 오길


비무장지대와 민간인 통제구역에 매설된 지뢰는 약 86만 발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반세기가 지나도록 민족 간 전쟁의 상흔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고 현재 진행 중인 겁니다. 하루 빨리 장애물 개척 전차가 휴전선의 지뢰를 걷어내길 소망해 봅니다.




※‘서종갑의 헤비(HEAVY)뉴스’는 낯선 중후장대 산업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드리는 코너입니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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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김언수 장편소설 '뜨거운 피' 여주인공 인숙의 말입니다. 남 탓, 조건 탓하며 현실과 타협하는 부끄러운 기자가 되지 않으려 오늘도 저항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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