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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념 깨는 연구로 '초전도체' 출현 길 열 것”

새로운 '훈트 금속' 존재 증명한 한명준 KAIST 교수

미세 변화에 성질 바뀌는 금속

국제 물리학 권위지에 첫 게재

니켈화합물 초전도체 증명 등

이론적 난제 풀 실마리 될 수도

한명준 KAIST 교수




“물리학계의 정립된 이론도 ‘꼭 그렇게만 되는가’라는 의문을 항상 갖고 연구합니다. 신물질로 알려진 ‘훈트 금속’이 기존 이론상 불가능한 상태에서도 존재할 수 있음을 밝혀낸 것도 상식에 얽매이지 않는 시각에서 비롯됐습니다.”

고온 초전도 현상 등을 일으키는 대표적 물질인 훈트 금속의 새 존재 가능성을 증명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연구팀의 한명준(사진) 교수는 1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연구자들이 초전도체 등 차세대 물질을 이해·설명하고 발견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 게 이번 연구의 의미”라고 말했다.

훈트 금속은 ‘훈트의 법칙’으로 잘 알려진 독일 물리학자 프리드리히 헤르만 훈트의 이름을 딴 독특한 양자역학적 상태를 띠는 금속이다. 전기저항 없이 전류가 흐르는 초전도나 외부 조건의 미세한 변화에도 물질이 크게 바뀌는 특성이 있다.

지금 반도체 소재를 뛰어넘는 응용 가능성으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지난 10여 년간 연구됐다. 물리학계에서는 원자 내에서 전자가 가지는 양자역학적 상태인 ‘오비탈(orbital·전자궤도)’의 양자수가 3 이상인 경우만 훈트 금속이 된다는 게 정설로 굳었다.

한 교수는 “그동안 알려진 몇몇 초전도 물성도 오비탈 양자수가 3보다 적어 설명이 불가능했다”며 “연구팀은 통설에 의문점을 갖고 데이터 분석 방식을 바꿔 오비탈 수가 2라도 훈트 금속일 수 있음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증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전자 상호작용 세기가 커진다고도, 작아진다고도 보기 어려운 훈트 금속의 두드러진 특징인 ‘야누스 현상’이 오비탈 수 2에서도 나옴을 밝혀냈다. 통상적인 훈트 금속보다 그 신호가 약하다는 점에서 이를 ‘약한 훈트 금속(weak Hund metal)’이라고 이름 붙였다. 연구 결과는 물리학 분야 권위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지난달 17일 자로 온라인 게재됐다.



한 교수는 “통념을 깬 연구 결과를 보고 논문 심사 위원들이 의문을 제기했지만 야누스 효과처럼 분석 조건들을 모두 충족시켰다”며 “그동안 초전도 현상을 알고도 미스터리로 남기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탐구 기회를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계·산업계는 상온에서도 저항이 ‘0’인 초전도체 출현을 기대하고 있는데 여러 후보 물질을 훈트 금속으로 설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이다. 지난 2019년에 발견돼 여전히 이론적 난제에 부딪힌 니켈 화합물 초전도체를 증명하는 실마리도 될 수 있다.

그는 “순수 과학의 결과인 만큼 신물질 실용화까지는 실험물리학자들의 무궁무진한 상상력이 필요하다”며 “현상 분석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는 만큼 이번 연구를 토대로 꿈의 물질 출현을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서울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취득한 그는 미 콜롬비아대·캘리포니아주립대와 아르곤국립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포스닥)을 지낸 후 2012년 KAIST 물리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그는 “아직 순수 기초 물리학으로 이해·설명하지 못하는 현상들이 많다”며 “기존 연구에 대해 연구자들이 다시 생각할 수 있도록 새로운 원리 규명에 매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욱 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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