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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공 끝나도 특혜는 계속…‘먹튀 잔치’와 ‘월세 재테크’ 묵인할 건가 [관점]

◆뒷맛 남긴 세종시 특공의 중도 퇴장

양도세 비과세 특례 5년…정주·투기 억제 취지 역행

4년 전 투기과열지구 지정 불구 실거주 의무는 늑장

민간 시장엔 ‘규제 폭탄’…이중잣대가 국민 분노 키워

‘공공은 왜 실패하는가’ 보여준 사례…셀프 룰의 한계

당정이 세종시 이전 기관 종사자 아파트 특별 공급(특공) 제도를 전면 폐지한다고 밝힌 지난달 28일 세종시 나성동 일원 아파트 단지. 지난해 세종시 아파트값 상승률은 45%로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공직 사회에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넘쳐난다. 더러는 비릿한 냄새도 난다. 그런데 그게 다 ‘합법적 재테크’라고 한다. 최근 불거진 세종시 ‘특공(이전기관 종사자 특별공급)’ 사태다. 정부와 여당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듯 지난달 28일 당정협의에서 세종시 특공 폐지를 전격 발표했다. 야 3당이 국회 국정조사를 요구한 지 단 3일 만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신도시 투기 파문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또다시 공직자 부동산 비리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자 깜짝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두 사안 모두 국민이 가장 예민해 하는 공정과 형평성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렸다. 공공의 실패라는 것도 닮은꼴이다.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이전기관 종사자의 세종시 정착을 돕는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특공 제도가 어쩌다 ‘재테크’ 수단으로 전락했을까.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처럼 세종시 특공 제도가 공무원을 위해 공무원이 만든 제도라는 데서 문제는 출발한다. 공직자는 국익을 위해 일한다고 말하지만 알고 보면 사익을 추구한다는 ‘공공선택이론’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셀프 룰의 한계는 처음부터 있었다. 애초 2010년 세종시 특공 제도를 만들 때부터 재산 증식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를 남겼다. 정착을 유도할 핵심 장치인 실거주 의무도 없었거니와 주택 소유 여부에 상관없이 ‘묻지 마’ 식으로 우선 분양 자격을 부여했다. 정부는 지난해 허술한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이미 ‘먹튀 잔치’가 휩쓸고 지나간 뒤였다.

특공 배정 물량은 지금까지 2만 6,000여 가구로 전체 공급분 가운데 4분의 1을 차지한다. 이 가운데 살지도 않은 채 세를 주다가 팔아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을 남긴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공직자 재산 변동 신고를 통해 드러났다. 주택정책을 총괄하는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과 윤성원 국토부 1차관이 그랬다.

물론 여기에는 반론이 있다. 세종시 특공은 규제책이 아니라 당근책이라는 점이다. 1982년 경제 부처가 과천으로 이전할 때도 공무원 특공 전례가 있다. 2012~2014년 중앙 행정 부처가 이전한 초기에는 속칭 ‘함바집(일용직 건설근로자 식당)’에서 공무원들이 끼니를 해결할 정도로 세종시 생활환경이 열악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특공 제도가 유인책이라고 해서 살지도 않다가 아파트를 팔아 시세 차익을 챙긴 도덕적 해이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단순히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 등에게 왜 아파트를 우선 공급했느냐에 있는 게 아니다. 당국이 편법적 자산 불리기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특공 제도를 방치한 반면 민간에 대해서는 반(反)시장적 규제 폭탄을 쏟아부었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이런 ‘선택적 정의’의 출발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8·2 부동산 대책’ 발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세종시를 서울 강남과 더불어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했다. 세종시의 부동산 투기가 집값 상승의 진원지였던 서울 강남만큼이나 심각했다는 의미다. 정부는 8·2 대책의 후속 조치로 2018년 내놓은 ‘9·13 대책’에서 수도권 공공택지에 공급되는 모든 아파트에 3~5년의 실거주 의무화 규정을 마련했다. 하지만 주택 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던 부동산 대책에서 세종시 특공은 열외였다. 다주택자 특공 배제는 2020년 들어서야 비로소 도입됐다. 특공의 무주택자 우선 공급 원칙과 1주택자의 기존 주택 매각 조치도 2020년 9월 뒤늦게 시행됐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특공의 취지에 따르면 실제 거주하지 않는 공무원에게는 굳이 특별한 공급을 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며 “거주와 당첨을 연계시키거나 비거주자에 대한 주택 환매 장치를 마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세종 특공의 실거주 의무화는 오는 7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특공 폐지로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



지난 1월 청와대 청원 코너에 올라온 세종시 거주자의 호소. 세종시 특공 40%와 일반 특공 58%에 밀려 세종시 거주자 몫은 1%(세종 외 1%)밖에 안 된다고 비판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분양 승인권자인 세종시는 일반 특공을 줄여 일반 분양분을 28%로 늘렸다.


지난해 세종시 집값 이상 폭등은 수면 아래에 있었던 특공 난맥을 고스란히 드러낸 계기가 됐다. 지난해 말~올해 초 사이에 청와대 청원 코너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세종시 ‘로또 특공’ ‘재테크 특공’을 비판하는 글이 넘쳐났다. 지난해 세종시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무려 45%(KB 기준)로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시 인프라가 차츰 구축되면서 주변 수요를 빨아들인 측면도 있지만 이른바 ‘세종시 천도론’이 결정적이었다. 정부는 여당의 수도 이전론에 편승했다. 특공 제도는 원래 2019년 말 폐지될 예정이었으나 현 정부 들어 행정안전부 등의 추가 이전을 결정하면서 되살아났다. 세종시 집값 폭등과 청약 광풍은 여당이 앞에서 끌고 정부가 뒤에서 민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사이 치솟은 집값과 청약 광풍에 애먼 국민만 피해를 입었다.

당정이 특공을 폐지한다고 해서 드러난 문제가 다 해결될까. 그렇지 않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특혜성 제도도 있다. 양도소득세 특례 조항이 대표적이다.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비과세 특례 요건은 유독 세종시 특공만 5년 내 매각이다. 이는 일반적인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비과세 요건이 투기 억제책에 따라 3년 내 매각에서 2년 내 매각으로 단축된 것과는 정반대다. 정부는 투기과열지구 등 ‘조정 지역’ 거래의 경우 비과세 요건을 2년에서 1년으로 줄인데다 실거주 의무까지 부여했다. 취득세 감면 조항도 있다.



남은 과제는 이뿐이 아니다. 특공 아파트를 팔아 치웠을 때 시세 차익을 환수해야 하는지 여부는 뜨거운 감자다.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는 비거주 ‘먹튀’에 대해 부당이득을 환수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에 살면서 전월세를 주는 ‘임대 특공’을 묵인해야 하는지도 논란거리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실거주 요건을 분양 당시로 소급 적용하거나 새로운 법령을 제정하는 수밖에 없다. 권 교수는 “특공 제도를 유지하되 실거주하지 않으면 양도세를 중과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게 옳다”면서 “형평성 문제가 있지만 소급 입법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이런 방안을 입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2018년 말 세종시 아파트 분양 모델하우스 앞에 일반 청약자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관세평가분류원 사태처럼 지금까지 드러난 위법과 편법 외에 또 어떤 비리가 있었는지 현재로서는 알 길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정부는 총리실 주관으로 전수조사를 벌인 뒤 불법이 확인되면 환수까지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공무원 셀프 조사로는 면죄부만 씌워줄 우려가 적지 않다. 전매 금지 등 현행 법을 위반하거나 명의 따로, 실소유주 따로인 편법 특공 사례가 전혀 없다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대전지검이 2016년 적발한 세종시 부동산 투기 사범 210명 가운데 공무원 등 이전기관 종사자가 56명이나 됐다. 주로 불법 전매한 혐의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야 3당의 국회 국정조사 요구를 단순히 정치 공세로 치부할 수는 없다. 야 3당이 실거주와 매각·전매 제한 기간 준수 여부, 분양 대금 출처 등을 살펴보자고 하는 것은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세종시 특공 사태는 전 정부와 현 정부 모두 결부돼 특정 정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특공 폐지로 모든 것을 덮고 지나가거나 면죄부를 씌워준다면 국민이 납득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공공의 영역이라는 이유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비상식적 특혜가 당연시되는 시절이 지나간 지 오래다. 지금은 내 집을 마련해도 자금 출처를 소명해야 하고 1주택자의 전세 대출 길조차 막지 않는가.

/권구찬 선임기자 chan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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