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중국화’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홍콩 내에서 한자의 중국식 표기법인 ‘간체자(簡體字)’ 사용도 밀어붙이고 있다. 중국화 과정에서 홍콩의 언어표현 방식도 크게 바뀔 전망이다.
3일 중국 관영 환구망 등에 따르면 전날 중국 교육부는 ‘웨강아오대만구의 언어생활상황 보고’를 공개했다. 교육부는 이를 통해 홍콩에서 중국식 한자인 간체자와 중국 베이징의 표준어인 보통화(普通話·푸퉁화)의 법적 지위를 명확하게 하고 현지 시험 체계에도 이를 포함시킬 것을 제안했다.
웨강아오 대만구(Greater Bay Area) 는 중국 광둥성과 홍콩과 마카오를 연결하는 거대 경제권 뜻한다. 홍콩이 중국 광둥성의 생활권으로 들어오면서 언어 표현도 통일하겠다는 생각으로 해석된다. 중국 교육부는 “웨강아오 대만구 지역에서 국가(중국) 공통의 언어와 문자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조화로운 언어 생활을 조성해 언어와 국가 정체성을 강화하는 것이 주요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미 홍콩에서도 고유한 홍콩어와 함께 지난 1997년 주권의 중국 귀속 후 중국식 보통화가 적지 않게 사용돼 이번의 중국 교육부 주장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중국과의 경제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중국의 언어도 침투하고 있는 것이다. 홍콩어는 중국 남방 광둥어를 의미하는데 표준어인 북방의 베이징어와는 크게 차이 난다.
이번 ‘보고’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간체자를 홍콩에서도 보급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홍콩에서는 학교 교과서 등 서적은 물론이고 방송, 신문 등에서 전통적인 정자(正字)를 그대로 사용한다. 간자라는 것이 중국이 독자적으로 바꾼 표기법이기 때문에 당연히 중국 밖에서는 사용되지 않는다. 이는 홍콩은 물론이고 마카오, 대만 등도 마찬가지다. 한국도 한자를 표기할 때는 당연히 ‘정자’다. 반면에 중국은 정자를 ‘번체자(繁體字)'로 부르며 비하하고 있다.
최근 홍콩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중국은 ‘홍콩의 중국화’ 과정에서 대외적인 이미지이기도 한 한자 표기를 중국식으로 바꾸는 것을 역점사업으로 진행중이다.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과 민주파를 배제하는 선거제도 개편 등에 이어 일상생활에서도 가시적인 중국화가 필요하다고 인식한 것이다. 최근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린다’는 구호가 나온 이후 중국화에 대한 대대적인 저항은 표면 아래로 들어간 상태다.
또 한자 표기 변화와 함께 학교 시험에 중국 보통화 과정을 포함 시키는 것도 홍콩인들의 언어생활을 중국화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보통화 교육은 이미 하고 있는 것이지만 간자 도입이 긴급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한 학교 교사의 말을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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