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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스며든 차이나머니…이젠 '주권'마저 위협[책꽂이]

■중국의 조용한 침공

클라이브 해밀턴 지음, 세종서적 펴냄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G2’(주요 2개국)로 불린 지 오래됐을 정도로 영향력이 강하지만, 여러 분야에서 국제 사회와 파열음을 내고 있다. 미국 등 서구 여러 국가의 보수파들은 중국을 공공의 적처럼 취급할 정도다. 막대한 차이나머니가 들어간 국가에서는 중국이 국내에 뻗치는 영향력 때문에 마찰이 빚어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나라가 호주다.

최근 번역 출간된 ‘중국의 조용한 침공’은 중국이 자본을 무기로 호주에서 은밀하게 키워 온 영향력이 호주의 주권마저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인 클라이브 해밀턴 호주 찰스스튜어트대 공공윤리 담당 교수는 오랜 기간 중국의 영향력에 관한 이슈를 연구하며 비판적 목소리를 내 온 학자다. 그는 이 책에서 호주의 사례를 중심으로 공산당 체제 중국이 전 세계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구체적으로 짚는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호주 정치인들은 중국의 로비를 받고 중국 기업이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들어올 수 있도록 정책을 바꾼다. 그 덕분에 중국 기업들은 호주에 쉽게 진출해서 땅과 기업을 빠른 속도로 사들인다. 책에는 미중 무역갈등의 상징이 된 중국 기업 화웨이도 등장한다. 책은 화웨이의 통신장비와 스마트워치가 호주 사회 곳곳에서 쓰이고 있으며, 이를 통해 호주의 전력 사용 내역 같은 중요한 정보까지도 손쉽게 중국 정부에 넘어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교육 분야에서도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중국의 입맛에 맞는 정보가 전달된다. 중국 기업의 경제적 후원을 받는 대학들은 학내에서 중국에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지 못하도록 막는다. 중국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중국 정부의 비자 거부를 우려해 자기검열을 하기도 한다. 그는 책에서 “호주는 중국 당국이 체제 침투와 전복 방법을 시험하는 무대가 됐다”며 “호주가 이에 맞서 권리와 자유를 지키지 않는다면 결국 부활한 중화의 조공국이 될 것”이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호주 내 중국의 영향력은 이 책의 출간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책은 지난 2017년 11월 현지 유력 출판사에서 나올 예정이었지만, 출판사가 중국 당국의 보복을 우려하며 갑자기 취소해 논란이 됐다. 호주 의원들이 의회 특권으로 출판하는 방안까지 고려한 끝에 책은 이듬해 2월 다른 출판사를 통해 나왔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한국을 향한 조언도 전한다. 저자는 “중국이 인도양·태평양 지역에서 노리는 주요 국가가 호주와 일본, 한국”이라며 “한국이 중국 정부의 국제적 게임에 개입하는 순간 장기판의 졸처럼 희생될 게 뻔하다”고 지적한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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