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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네 눈의 들보는 왜 보지 못하나?’

김광수 금융부 차장

김광수 금융부 차장




‘Naeronambul(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의 줄임말이다. 얼마나 유명했으면 미국 뉴욕타임스(NYT)에서도 발음 그대로 적어 화제가 됐을 정도다. 내로남불은 남은 엄격한 잣대로 비판하면서 자신에게는 너그러운 사람을 비판할 때 쓰는 신조어다. 최근에 유행하고 있지만 사실 이와 유사한 표현은 성경에도 나올 정도로 오래됐다. 마태복음 7장 3절의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는 구절이다. 그만큼 인간이라면 예나 지금이나 누구나 범하는 전통적인(?) 오류라는 것이다.

최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1회로 제한하고 총 임기가 6년을 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법안에는 금융사 임원의 겸직을 금지하는 내용도 담길 예정이다. 연임에 따른 권한 집중을 막고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겸직을 통해 여러 회사에서 급여를 받는 것도 막겠다고 주장한다. 박 의원 전에도 지난해 9월 김한정 민주당 의원이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를 6년으로 하는 법안을 준비했을 만큼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은 현재 여당 쪽에서 특히 민감한 이슈다.

입장을 바꿔보자. 정치인·국회의원만큼 막강한 권한을 지닌 사람이 또 있을까.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 현재 세 번까지만 연임이 가능하지만 국회의원은 제한이 없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나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각각 3연임, 총 3회 선출로 국회의원 당선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내놓았지만 진전이 없다. 오히려 동료 의원들의 반응이 좋지 않다는 후문이다.



국회의원의 겸직도 예전부터 비판의 대상이다. 장관 등 국무위원을 겸직하는 국회의원은 입법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지만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는다. 의원의 기본 업무인 법안 발의, 국정감사, 예산 심의 등의 역할을 안 하면서 국회 내 사무실 운영, 보좌진 활동비 등은 지급받는다. 장관의 국회의원 겸직도 비판을 받고 있는데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차관급 이상 ‘정부위원’을 신설해 국회의원이 맡을 수 있게 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겸직의 기회를 더 늘리겠다는 주장이다.

현 정부는 ‘공정’을 강조하며 출범했다. 최근 정부나 여당의 지지도가 떨어진 원인 중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정권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한마디로 표현한 게 내로남불이다. 정치인은 제한 없이 마음껏 국회의원을 하며 경우에 따라 겸직도 할 수 있는데 금융지주 회장은 겸직도, 연임도 제한하겠다고 한다. 고인 물이 썩는다면 모든 물에 해당돼야 하지 않을까. 자신들의 기득권은 그대로 둔 채 남의 권한만 제한하겠다는 생각이 과연 공정한지 묻고 싶다.

/김광수 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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