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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현금복지 110조인데…첨단산업·에너지는 29조 '동결'

[내년 600조 '초슈퍼 예산'의 민낯]

기초연금 15.8조로 증가…상병수당도 시범 도입

'미래 먹거리 기반' R&D, 고작 1.6조 늘어 29조

저성장으로 세입여건 악화일로…적자재정 되풀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부동산 관련 현장방문 일환으로 공공전세주택인 안양 미래타운을 방문해 입주예정자, 대학생 기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는 재정지출 확대로 경제 활력을 키우고 이를 통해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하는 선순환론을 확장 재정의 명분으로 앞세우면서도 정작 승수효과가 떨어지는 복지 지출만 늘려왔다. 실제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현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17년 129조 5,000억 원에서 5년 만에 69% 껑충 뛰어 내년에 사상 처음으로 200조 원을 돌파한다. 절대 규모로 봐도 나머지 11개 분야를 모두 합친 수준에 육박할 정도인 89조 5,000억 원이 늘었다. 효율적인 재정지출 없는 현금 살포식 확장 재정은 곳간만 텅텅 비우고 국민들에게는 재정 부담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558조 원의 예산 중 순수 현금성 복지사업이 110조 원에 달한다. 이러한 의무 지출은 한번 만들면 쉽게 없애지 못하고 매년 증가하는 구조다. 대표적으로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게 최대 30만 원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은 올해 14조 6,000억 원에서 내년에 15조 8,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초연금 규모는 줄어들기 어렵다. 단일 사업이 2018년 11조 5,000억 원에서 불과 4년 만에 4조 원 이상 불어났다. 생계급여 부양 의무자 기준을 내년부터 완전 폐지하면서 올해 4조 6,000억 원인 예산은 5조 1,300억 원으로 많아진다. 만 7세 미만에게 매달 10만 원씩 주는 아동수당(2조 원), 한 달에 50만 원씩 6개월간 최대 300만 원을 지급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 등 현금성 지출 사업은 시간이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내년부터는 상병수당도 시범 도입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맞춤형 소득·주거·돌봄 안전망 등 ‘K자 양극화’ 해소를 위해 내년 보건·복지·고용 분야 지출에 대해 9.6% 증액 요구가 왔다”며 “백신 구입과 접종 시행 비용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복지·고용 분야 지출 증가는 결국 경직성 예산인 의무 지출 비중을 높여 정부 운신의 폭을 좁힐 수 있다. 게다가 정부는 노인 일자리 등 단기 재정 일자리 사업과 고교 무상교육 확대도 추진해왔다. 전체 예산에서 의무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8% 수준에 달한다. 복지 분야 법정 지출은 지난해 123조 원에서 오는 2024년 160조 원으로 연평균 7.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 안전망 구축에만 치중한 나머지 복지 지출 증가세가 너무 가파르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에 투입했던 경직적인 고용·복지 예산은 축소해야 한다”며 “총액 증가율도 6%보다 낮춰 재정 적자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보수적으로 잡아놓은 덕에 올해 세수는 예상보다 호황을 보이고 있지만 잠재성장률 하락과 저성장 고착화로 인해 장기적으로 세입 여건은 개선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재부의 2020~2024년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국세 수입은 지난해 279조 7,000억 원에서 2024년 325조 원으로 늘어나는데 연평균 증가율이 2.8%에 그친다. 현재 세입 세출 구조라면 매년 적자 재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미래에 대한 투자 없이는 세수 회복도 더디게 된다. 코로나19 이후 성장을 이끌기 위해서는 사회 안전망 외에도 연구개발(R&D)과 인력 양성 등 미래 먹거리를 만들기 위한 투자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래야 ‘중후장대’ 산업 이후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신산업을 양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제대로 지원 역할을 하려면 R&D에 효율적으로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낫다”며 “계획적으로 예산을 짜지 않으면 코로나 복구에 자꾸 쓰이기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R&D 예산 증가율은 5.9%로 1조 6,000억 원 증가한 29조 원이다. 그나마 한국형 뉴딜 등 정부의 핵심 과제 중심으로만 지출을 늘리고 있다. 디지털, 탄소 중립 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한국판 뉴딜, 소재·부품·장비 등에 투입된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도 29조 6,000억 원으로 1조 원 늘어나는 수준이다. 국방 분야의 경우 급식 개선과 봉급 인상 등으로 5.0% 증액된 55조 7,000억 원을 요구했다.

기재부는 고용 유지 지원 사업, 소비 회복 프로그램 등 재량 지출의 10%인 약 12조 원 규모의 지출 구조 조정을 예고한 상태다. 하지만 국회가 내년 대선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선심성 돈 풀기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구호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당장 내년에 0.1% 증액에 그친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의 경우 지자체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주요 국가들은 내년부터 재정지출을 정상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데 우리는 ‘지출 다이어트’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어 악어 입 구조만 심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끊이지 않는다.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 세종=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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