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사가 각자 다른 셈법을 품고 해외 사업장 방문에 나선다. 최고경영진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글로벌 제조 현장을 노조에 공개하며 긴장감을 불어넣겠다는 의도지만, 노조는 이번 방문을 지렛대 삼아 전기차 물량 배정을 요구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본격적인 임금협상을 앞두고 노사의 '동상이몽' 셈법에 갈등만 더 부채질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한국GM에 따르면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등 경영진과 김성갑 금속노조 한국GM 지부장 등 노조 간부들은 오는 7일부터 약 일주일 일정으로 ‘GM 본사 비전투어’를 진행한다.
이번 방문은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에서 합의한 ‘해외 벤치마킹 실시’ 조항에 따라 마련됐다. 당시 노사는 ‘노사가 함께 부평공장 미래 차종 유치를 위해 노력하며, 공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사 공동 해외 벤치마킹 활동을 실시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한국GM 노사는 먼저 7~8일 멕시코 실라오 공장을 살펴본 뒤 9일 미국 디트로이트 GM 본사로 이동해 10~11일 스티븐 키퍼 GM 본사 수석부사장(GMI 사장)과 GM 글로벌 쉐보레 브랜드 책임자, GM 글로벌 노사부문·생산총괄 책임자, 전기차 기술연구소 관계자 등을 만날 예정이다.
사측은 이번 방문을 통해 노조가 한국 공장의 경쟁자인 멕시코공장의 경쟁력을 살펴보고, 국내 공장의 생산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사 대립이 계속되는 경직된 노동환경이 계속된다면 멕시코에 자리를 내줄 수도 있는 것이다. 한국GM의 한 관계자는 “이번 해외 벤치마킹 활동은 현재 한국의 제조 사업장 경쟁력 관련해 상호 이해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노조는 이번 GM 경영진과의 면담에서 한국GM에 전기차 생산을 배정해줄 것을 요청할 방침이다. 노조는 “한국GM은 코로나19에도 생산이 중단된 적이 없으며 안정적인 내수시장과 생산능력을 가졌다”면서 “이는 전기차 유치의 장점이며, GM 본사가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시장에 대한 대내외 전략에 대한 새로운 검토가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노사가 이처럼 다른 속내를 갖고 해외 방문에 임하면 갈등만 더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완성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간 한국 공장들이 품질과 생산성을 인정받아 버텨왔지만, 극한의 노사 대립으로 전기차 시대에는 외면받고 있다"며 "전기차는 부품 수가 적어 인력 구조 조정이 필요하지만 경직된 노동 환경의 한국 공장이 전기차 물량을 받으려면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고 말했다. 한국GM 노사는 방문단의 귀국 이후 임금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한동희 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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