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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스포츠문화
[여명]팬덤, 진화가 필요하다

신경립 문화부장

분열·증오 독성으로 변질된 정치팬덤

타협·포용의 성숙한 문화로 변화 절실

팬덤의 중심 정치인이 바뀌지 않는 한

내년 대선, 심각한 정치적 퇴보 겪을것





2013년 한 중소 기획사를 통해 데뷔한 7명의 청년이 8년 만에 세계적인 슈퍼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21세기의 비틀스(BBC)’로 불리는 세계 최고의 보이밴드 방탄소년단(BTS) 얘기다.

빌보드 싱글 차트 4곡 연속 1위, 빌보드 어워즈 4관왕 석권, 유튜브 조회 수 역대 최단시간 2억 뷰 돌파 등 수많은 신기록을 수립하며 BTS가 명실상부 최고의 팝 스타로 자리 잡은 데는 그들의 막강한 팬덤 ‘아미(ARMY)’가 절대적인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이는 없을 것이다.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 아미는 다른 어떤 팬덤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막대한 규모와 강력한 단결력으로 BTS 신드롬이라는 전 지구적 현상을 수년째 뒷받침하고 있다.

팬덤은 아이돌처럼 대중의 관심과 인기를 먹고사는 이들에게는 성공의 척도이자 존재의 기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예인뿐만이 아니다. TV 드라마나 만화·영화 등의 콘텐츠부터 스포츠 팀, 최근에는 기업이나 정치인들에게도 열성적인 지지를 보내는 팬덤은 든든한 무기가 된다.

문제는 팬덤이 때로는 강한 부작용을 동반한다는 점이다. 특정 대상을 선호하고 지지한다는 정체성을 공유하는 집단인 팬덤은 종종 정체성을 달리하는 외부로부터의 어떤 비판이나 도전도 용납하지 않고 집단 공격으로 응수하는 독성 팬덤(toxic fandom)으로 전락하고 만다.

맹목적인 숭배의 대상이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라면 폐해는 그나마 제한적이다. 하지만 비이성적인 추종이 특정 정치인을 향할 때 그 파괴력은 치명적이다.

2000년대 들어 국내에 형성되기 시작한 정치 팬덤, 강력한 지지층에 의존한 팬덤 정치는 우리 사회에 강력한 독성을 내뿜어왔다. 편 가르기와 상대편에 대한 비방·증오·흑백논리가 분열과 대립을 조장했고, 정권을 바꿔가며 거대한 팬덤이 뜨고 지는 과정에서 대화를 통한 타협이라는 민주주의 작동 원리는 점차 망가져왔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과 팬덤의 관계에 변화의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팬덤에 의지해온 여권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도 포섭에 걸림돌이 되는 강성 지지층과의 선 긋기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책 ‘조국의 시간’ 출간이 강성 팬덤에 다시 불을 붙이며 논란의 중심에 서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친문 핵심 지지층의 반발을 감수하며 이른바 ‘조국 사태’에 대한 공개 사과에 나선 것이 대표적인 예다.

야권에서는 30대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지금껏 보수당을 외면해온 젊은 남성층 사이에서 팬덤을 구축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기성세대 중심의 보수 정당에서 전례 없던 2030 팬덤에 올라탄 ‘이준석 신드롬’은 당내 구도는 물론 내년 대선 판도까지 뒤흔들 메가톤급 변수다.

이러한 현상이 독성 팬덤으로 얼룩졌던 정치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솔직히 낙관적이지는 않다. 여권은 여전히 강성 팬덤의 눈치 보기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젠더 갈등과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을 기반으로 한 이준석 팬덤은 또 다른 분열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K팝 팬덤은 과도한 조공 문화와 공격성, 팬덤 간 과열 경쟁 등으로 인해 줄곧 비판의 대상이었다. 지금도 그런 문제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스스로 진화하며 긍정적인 여론을 끌어내고 있다. BTS 팬덤은 차별과 혐오에 맞서고, 환경보호를 위해 행동하고, 조공이 아닌 기부로 팬심을 드러낸다. 그것이 스타의 이미지를 더 좋게 만들고 더 오래 인기를 누리게 하는 길임을 알게 된 것이다.

정치 팬덤도 이제는 진화해야 한다. 타협과 포용을 받아들이는 성숙한 팬덤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팬덤의 중심에 선 정치인들이 달라져야 함은 물론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내년 대선이 끝날 때쯤 우리의 정치 문화는 또 한 번 크게 퇴보해 있을 것이다.

/신경립 기자 kls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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