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기업의 78%가 오는 2025년까지 탄소 중립(Net zero) 전환이 미흡한 공급 업체와의 거래 중단에 나설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글로벌 기업이 탄소 배출 감축 계획을 이어갈 경우 거래가 중단되는 기업도 3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기업의 손실 규모는 2030년 1,425억 달러로 전 세계 5위로 예상돼 준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SC제일은행의 모기업인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은 지난 7일 탄소 중립 전환이 글로벌 대기업의 공급 업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보고서(Carbon Dated)에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보고서는 전 세계 글로벌 대기업의 지속 가능 경영, 공급망 전문가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내용과 함께 글로벌 대기업의 탄소 중립 이행에 따른 신흥 및 고속 성장 시장의 공급 업체들에 닥칠 위험과 기회 분석 결과를 담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대기업의 15%가 탄소 중립 전환 계획에 차질을 줄 수 있는 공급 업체와의 거래를 이미 중단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 중립 미이행 공급 업체와의 거래 중단을 시작하는 글로벌 대기업은 2024년 62%, 2025년 78%에 이를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대기업의 57%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신흥 시장의 공급 업체들을 선진 시장의 업체들로 대체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탄소 배출 감축 계획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공급 업체 중 35%와 거래를 중단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한국 공급 업체와 거래하는 글로벌 대기업의 89%는 전 세계 공급 업체를 대상으로 2025년까지 탄소 배출을 평균 30% 줄이라는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대기업의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한국 공급 업체들의 잠재적인 수출 손실 규모는 2030년 최대 1,42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글로벌 대기업들의 탄소 중립 계획을 달성하는 12개 주요 신흥 및 고속 성장 시장의 공급 업체들은 연간 1조 6,000억 달러의 수출 기회를 새롭게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신흥 시장의 공급 업체들이 탄소 중립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로 관련 지식 부족과 자료 부족을 들었다. 글로벌 대기업의 56%는 신흥 시장 공급 업체의 관련 지식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대기업 47%는 ‘우선 공급 업체 지위(preferred supplier status)’를 부여하고 30%는 가격 책정 관련 특혜(preferential pricing)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는 공급 업체들이 탄소 배출 감축이나 자료 수집에 투자할 수 있도록 보조금 또는 대출 지원을 해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빌 윈터스 SC그룹 회장은 “신흥 및 고성장 시장의 공급 업체들은 독자적으로 탄소 중립을 시작하기 어려운 만큼 글로벌 대기업들이 공급 업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필요하고 나아가 정부와 금융권도 적합한 인프라 구축 및 자금 지원 등을 통해 각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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