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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환자가 진리다

김선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김선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사진제공=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지난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의료의 질 전문가 회의에 한국 대표로 처음 참석했다. 그때의 긴장과 설렘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전에도 국제 회의에 많이 갔지만 대개 개발도상국을 위한 것들이어서 큰 부담이 없었다. 선진국 대표들과 한자리에서 논의하게 된 것 자체가 심적으로 주눅 들게 하는 시험대였다.

의료의 질 수치 비교는 두 번째 걱정거리였다. 2007년 한국의 급성심근경색증 30일 사망률은 전체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안 좋았다. 가장 나쁜 성적은 대서특필되지만 두 번째로 나쁜 것은 큰 문제 없이 넘어가기 마련이다. 좀 근심하긴 했지만 2년 전 한국의 두 배에 이르는 사망률을 보여준 멕시코가 이번에도 ‘깔아줄 것’이라고 믿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그해 멕시코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던 것. 팩트는 전달하되 최대한 자극적이지 않도록 보도 자료를 작성하고 정성스럽게 브리핑을 했지만 뼈아픈 질문이 돌아왔다. “한마디로 꼴찌라는 거죠?”

10여 년 사이 상황은 급변했다. 급성기 뇌졸중 30일 사망률, 자궁경부암·대장암 5년 생존율로 본 한국 의료의 질이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좋지 않았던 심근경색증과 유방암 치료 성적도 최근에는 OECD 평균을 훨씬 상회한다.

자료 제출 양도 급속도로 많아졌다. 전 국민 단일 건강보험과 발전된 정보 체계 덕이다. 자료를 잘 내고, 성과가 좋아지는 나라 대표의 위상은 다른 회원국 동료들의 눈길에서 발견된다. 처음에는 인사도 받지 않던 캐나다·미국 대표들과 함께 의장단에 합류할 때만 해도 그들은 한국 대표에게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2019년부터 필자는 그 회의의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렇게 한국의 목소리를 높여갔지만 OECD 회의는 언제나 버겁다. 열심히 해서 따라갔다 싶으면 또 저만큼 앞서간다.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 받는 급성기 의료 서비스 질은 획기적으로 좋아졌지만 환자가 의료진과 첫 번째 접촉을 하게 되는 1차 의료의 질은 아직 충분치 않다.

훨씬 더 뒤처지는 분야는 환자 중심성이다. OECD는 진작부터 의료인이 평가하는 의료의 질만큼이나 환자 관점에서 본 의료의 질과 성과를 강조해왔다. 영국이나 스위스·덴마크 같은 곳은 의료 기관을 이용한 모든 환자에게 조사지를 보낸다. 때로는 진료비 청구서보다 환자 경험 평가 조사서가 먼저 도착한다.

치료 성과도 환자의 관점에서 측정한다. 전문적인 의료에 대해서 환자가 무엇을 알까 싶겠지만 생각보다 환자의 평가는 정확하다. 아무리 의료인이 치료를 잘했다 생각해도 환자가 느끼기에 불충분하다면 가치가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많다. 의료 서비스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심사평가원이 진행하고 있는 환자 경험 평가는 의료 성과 측정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소비자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 영역은 거의 없다. 환자 경험 평가가 중요한 것은 불편해도 진리다.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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