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팹 설계 인력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조만간 회사의 미국 파운드리 투자를 발표하고 팹 설계 및 구축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공식 인력 채용 사이트를 통해 미국 텍사스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에서 ‘라인 설계 관리자’ 채용을 시작했다.
이 공고 안에는 반도체 제조 라인 설계 전문가를 채용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건물 설계 툴에 능숙하고 반도체 팹 설계 경험이 있는 사람을 우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향후 이 과정에서 선발된 인력은 전략적 팹(strategic fab) 및 관련 건물 구축 계획 마련에 참여할 예정이다. 또한 미국 정부가 제시하는 각종 허가 절차, 인센티브 방안 등에 대응하는 역할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공고 내용 안에 ‘새로운’ 또는 ‘최초 장비 적용’ 등의 표현도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회사의 이번 채용 공고는 삼성전자의 미국 현지 신규 팹 설립 검토가 한창인 상황에서 맞물려 진행되고 있어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그간 미국 내 파운드리 팹 신규 투자를 신중하게 검토해왔다. 지난달 말 문재인 대통령 방미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170억 달러(약 19조 원) 규모 현지 파운드리 투자를 언급했다. 하지만 당시 그는 구체적인 설립 지역을 언급하지 않았고 조만간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밝힐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업계에서는 기존 10만 장 규모 파운드리 팹이 갖춰진 오스틴 공장 주변의 유휴 공간을 유력한 신규 팹 부지로 꼽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인텔과 대만 TSMC의 신규 반도체 팹이 들어설 애리조나주, IBM 반도체 팹이 위치했던 뉴욕주를 후보지로 두고 각 지방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미 이번 채용과 함께 현재 삼성전자 미국 법인에는 팹 건설 관련 인력이 파견돼 다양한 상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텔·TSMC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화답해 미국 인프라 투자에 일찌감치 나서면서 삼성전자도 결정 이후 가파른 속도로 팹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향후 갖춰질 신규 팹 공정 수준도 업계의 관심사다. 현재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파운드리 기지인 오스틴 공장은 14나노(㎚) 기반 공정 서비스를 주력으로 한다. 이번 투자는 삼성전자 단일 해외 투자 중 역대급인 170억 달러를 쏟아부을 예정인 만큼 현지에 최첨단 7나노 이하 극자외선(EUV) 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채용에 대해 “상시적인 채용 과정의 일환”이라며 “아직 현지 팹 건설을 위해 다양한 지역을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해령 h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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