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직장인들의 노동조합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올해 대기업 사무직을 중심으로 노조 설립이 잇따르는 가운데 MZ세대 직장인들의 노조에 대한 생각을 알 수 있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MZ세대 직장인들은 기존 노조가 추구해온 정년 보장과 임금 협상 같은 전통적 가치보다 조직 문화 개선과 공정한 성과 보상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의 생각을 반영한 노조 설립과 기존 노조의 변화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취업 포털 사람인이 MZ세대 직장인 862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1~14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노조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80.6%에 달했다. 현재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양대 노조의 조직률이 10%에 불과하고 대형 노조는 통상 현장 제조 업체 중심으로 결성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결과다. 다만 이번 조사 결과는 직장인들의 노조에 대한 달라진 인식을 보여줬다.
노조가 필요한 이유(이하 복수 응답)에 대해서는 ‘조직 문화 개선’이 60.1%로 1위였다. 이어 ‘열악한 노동 조건 개선’이 52.5%, ‘불합리한 관행 타파’가 51.2%, ‘성과 평가 및 보상 체계 논의’가 50.1%, ‘임금 격차 완화’가 45.6%로 뒤를 이었다. 기존 제조업 노조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년 보장 등 고용 안정성 유지’가 26.9%에 그친 것이 눈에 띈다. 현장 중심 제조업 기반의 노조가 요구하던 고용 안정성이 이번 조사에서 가장 후순위로 밀렸다.
MZ세대 직장인들의 이 같은 인식은 노조의 역할론에 대해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노조가 해야 할 일에 대한 설문에서 69.1%가 ‘개인 성과에 대한 적절한 보상 체계 마련’을 꼽았다. ‘정년 보장’은 30.9%로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사람인 관계자는 “MZ세대는 노동자의 권익도 보상과 과정의 형평성을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MZ세대 직장인들은 공정한 성과 보상에 대한 생각도 분명했다. 회사에 바라는 사안에 대해서는 ‘공정한 성과 보상 제도’가 47.1%로 1위였다. 퇴사 충동을 느끼는 상황에 대해서도 31.1%는 ‘성과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라고 답했다. 사람인 관계자는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하던 시대의 직장인은 고용 안정성이 화두였다”며 “저성장과 치열한 경쟁에 놓인 MZ세대는 자원 배분의 공정성과 현재의 보상에 더 민감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MZ세대 직장인들의 변화된 인식은 장기적으로 노사 관계의 대화 창구를 다변화시키는 계기도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MZ세대의 적극적인 목소리에 호응하는 기업들도 하나둘씩 늘고 있다. 지난달 말 삼성그룹은 양대 노총의 전임 위원장을 초청해 노사 문제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업계의 관심사였던 SK하이닉스는 올해 임금 협상에서 임금을 평균 8%나 올리기로 했다. SK하이닉스의 임금 체계는 MZ세대 사무직 노조 활동을 늘리는 촉매제가 됐다. 지난 1월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이 회사 실적에 비해 적다는 불만이 회사 내부에서 제기됐고 사무직의 공정한 보상에 대한 요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LG전자·금호타이어·현대차그룹 등 대기업에서 MZ세대 사무직 노조가 등장하고 있다.
/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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