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크루즈 업체 카니발의 지난 2월 말 기준 총 부채가 약 330억 달러(36조 8,841억 원)로 2019년 말 대비 3배가량 늘었다. 보잉과 델타항공의 부채도 같은 기간 2배 증가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미국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빚을 대거 늘리면서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현지 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 조사 업체 딜로직의 집계를 인용해 지난해 미국 비금융회사들이 발행한 채권 규모가 1조 7,000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종전의 연간 최대치 대비 6,000억 달러나 늘어난 것이다. 회사채 급증으로 올 3월 말 기준 미국 비금융회사들의 총 부채 규모도 11조 2,000억 달러로 늘어 미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했다.
부채 급증에는 양적 완화가 한몫을 했다. 회사채 금리는 코로나19 사태 직후 잠시 급등했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사상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투자 등급 회사채의 평균 금리는 2.8% 수준에서 코로나19 직후 4.6%까지 치솟았다가 지난해 말 1.74%로 내려갔다. WSJ는 “기업이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돈을 빌리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부채를 늘린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버틸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개시 등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전환되면 기업의 이자 부담이 급증한다. 기업들이 부채를 줄이기 위해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통신사 AT&T는 다이렉트TV 등 자회사를 팔아 부채를 500억 달러 이상 줄이기로 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