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암호화폐) 투자 관련 보호 대상이 아니라며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얘기를 해줘야 한다”는 발언을 내놓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국민청원을 두고 청와대가 “불법 행위에 전방위로 대응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규제에 대해 비토한 청원에 각종 규제를 소개하는 식으로 답을 한 것이다.
청와대는 23일 금융위원장 자진 사퇴 촉구 국민청원에 대해 “청년의 목소리가 무겁게 다가온다”며 이 같이 밝혔다. 앞서 평범한 30대 직장인이라고 밝힌 한 청원인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들을 올리고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어른들이 가르쳐줘야 한다고 하셨죠?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왜 이런 위치에 내몰리게 되었을까요. 지금의 잘못된 길을 누가 만들었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그는 “제가 40~50대 인생 선배들에게 배운 것이 무엇일까. 바로 내로남불”이라며 “그들은 부동산 상승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타서 쉽게 돈을 불리고는 이제 20∼30대들이 기회조차 잡지 못하도록 각종 규제를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위원장님도 부동산으로 자산을 많이 불리셨으면서 국민의 생존이 달려있는 주택은 투기 대상으로 괜찮고 코인 투기는 부적절하다는 것이냐”며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이 청원에는 20만명 이상의 국민들이 동의했다.
은 위원장은 앞서 지난 4월22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암호화폐 투자 열풍을 비판하며 “사람들이 많이 투자한다고 보호해야 된다 생각하지 않는다.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하루에 20%씩 올라가는 자산을 보호해 주면 오히려 더 그 쪽으로부터 간다고 확신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청년세대는 일자리, 주거, 교육, 사회 참여, 삶의 질 문제 등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들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코로나 충격에 노출돼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그 어려움을 덜어내고 사회적 안전망 위에서 청년들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과제”라고 진단했다. 청와대는 이어 “정부는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청년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체감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특히 “정부는 2017년부터 가상자산 관련 관계 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운영 대응해 왔으며 최근 가상자산시장 급증에 따라 지난 5월28일에 관계 부처 합동으로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발표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가상자산사업자(거래소)의 안전성과 거래투명성을 높이는 방안, 거래와 관련된 사기, 유사수신 등 불법행위 피해 예방 노력을 강화하는 대책을 설명드린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현재 사업자가 조기에 신고할 수 있도록 컨설팅 등을 지원하고 있고, 이후에는 거래 참여자들이 신고된 사업자로 이전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라며 “사업자 신고유예기간 중 불법행위가 있을 수 있어 범부처 차원의 특별단속을 9월까지 연장해 사기·유사수신·기획파산 등 불법행위도 집중단속하고 있다. 사업자 신고가 완료된 이후에는 신고된 사업자 관리·감독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청와대는 또 “고객 예치금 횡령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예치금 분리 관리, 자금세탁 방지 의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유지 여부 등을 엄격히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며 “사업자가 자체 발행한 가상자산에 대해 직접 매매, 교환, 중개, 알선하는 행위와 사업자 및 그 임직원이 해당 사업자를 통해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가상자산 거래에서는 사업자가 가장 중요한 만큼 가상자산사업자 관리감독과 제도개선 분야는 금융위원회가 주관하기로 정했다”며 “블록체인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관련 기술발전 등을 과기정통부가 주관해 살펴보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거래의 불법, 불공정 행위 관련해서는 가상자산 관계 부처 차관회의에 국세청, 관세청이 추가 참석해 불법행위를 전방위 대응하기로 했다. 앞으로도 거래 참여자와 전문가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며 피해 예방 방안 및 제도 보완을 지속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