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주택저당증권(MBS) 매입 규모를 먼저 줄이는 방식으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시작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미 주택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과열되는 등 돈 풀기의 부작용이 속속 나타나면서 연준이 통화정책 방향성을 긴축으로 전환하는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주택 시장에 들어가는 유동성부터 축소하고 추후 국채 매입까지 줄여 돈 풀기를 끝내는 ‘2단계 테이퍼링(two-speed taper)’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연준은 이달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자산 매입 축소를 언제 어떻게 시작할 것인지를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연준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장기 금융 조달비용을 낮추기 위해 매달 미 국채 800억 달러와 MBS 400억 달러 어치를 사들이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했는데, 앞으로 MBS부터 줄이는 방안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준이 지난해 3월5일 이후 현재까지 사들인 MBS는 9,820억 달러 규모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주택 가격 상승을 예로 들며 “의도치 않은 결과와 부작용들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있다. 내 관점을 희의에서 공유했다”고 WSJ에 말했다.
카플란 총재 외에도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 또한 주택 시장 버블에 대한 우려와 함께 MBS 매입 축소 의견을 낸 바 있다. 미 경제학계의 거물인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 제이슨 퍼먼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등은 “연준의 MBS 매입이 모기지 금리를 하락시켜 주택 수요를 부풀리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 주 기준 30년 고정 모기지 대출의 평균금리는 3.02%다. WSJ는 “팬데믹 이전인 2020년 2월의 3.5%보다 낮을 뿐아니라 역대 어느 때보다도 낮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들과 다른 생각을 가진 연준 고위관계자가 더 많다고 WSJ는 보도했다. 국채와 MBS를 섞어서 사들여야 장기 금리를 누르는 효과가 발생하고, 최근의 주택가격 상승은 수요 대비 공급부족에 기인한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채는 “연준의 MBS 매입이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럼에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모하메드 엘에리안 알리안츠 수석 경제자문역은 이날 CNBC에 출연해 “인플레가 일시적이지 않다는 증거를 매일 본다”며 “연준이 인플레이션의 뒤를 쫓아가야 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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