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야권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당과 관련해 “우리 당에서 ‘밀당(밀고 당기기)’을 강하지 않게 하면서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이 전날 입당과 관련해 “정권 교체가 먼저”라며 국민의힘 조기 합류론을 일축하자 이 대표가 한발 물러난 것이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국민의힘 입당이 지연될 경우 이 대표가 오는 8월 대선 경선 버스를 출발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의 출마 선언문을 보고 우리와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고 제3지대론을 펼칠 근거가 될 이야기도 보지 못했다”며 “윤 전 총장이 우리와 함께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전체 전략상 (입당이) 늦어지는 것은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전날 한 행사장에서 윤 전 총장을 향해 “특정 주자를 위해 (대선 경선) 일정 조정이 어렵다는 것을 공지했다”며 8월 대선 경선 시작 전 입당을 압박했다. 하지만 이날 돌연 “밀당을 강하게 안 하겠다”고 밝히면서 입당 시기와 방법에 대해 윤 전 총장과 유연하게 풀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 대표의 이 같은 입장 변화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에 신중한 입장을 보인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윤 전 총장은 전날 한 방송에 나와 “정권 교체를 하는 데 국민의힘과 연대, 필요하다면 입당도 할 수 있는 문제”라면서도 “공정과 상식, 법치를 위반하는 행태들에 분노하는 분들도 다 만나보고 정권 교체 전략 문제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입당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신중한 입장은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꺾이지 않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8~30일 전국 성인 남녀(1,007명·오차 범위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1%포인트 상승한 21%를 기록해 야권에서 압도적 1위를 유지했다.
한 중진 의원은 “당내 주자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윤 전 총장의 절반도 안 되는데 경선 버스를 정시에 출발시킨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국민의힘 단독으로 경선을 시작했다가 윤 전 총장 측에서 창당 움직임이 나오면 큰 분열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 대표가 윤 전 총장과 회동을 통해 입당 시기를 조율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전날 이 대표와 한 행사장에서 만난 뒤 “인사를 나누고 가까운 시일 내 한 번 뵙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윤 전 총장 측은 이날 “아직 국민의힘에서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의 회동과 관련한 연락이 온 적이 없다”며 조속한 회동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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