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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AI보다 분산자율조직이 금융 더 바꾼다

김형중 고려대 특임교수





반드시 사람이 회사를 운영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릴 때가 됐다. 과거의 아날로그 경제에서는 개인 또는 법인이 회사를 운영해야 했다. 그래야 할 이유가 있었다.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전략 수립, 자금 조달, 판로 개척, 인력 선발 등 난제에 봉착할 때가 많다. 그래서 경영자가 필요하고, 주주를 모아야 한다. 직원도 필요하다. 권한은 대표이사에게 집중돼 있다.

그런데 의외로 단순한 업무도 있다. 거리마다 놓여있는 자판기는 현금을 입금하면 커피를 내려 주는 시스템이다. 이 자판기가 무인(無人) 회사의 좋은 예다. 이 자판기는 현금이 위조지폐가 아닌지 또는 금액은 맞는지 확인하고, 커피와 잔돈을 돌려주는 단순한 일을 반복적이며 자율적으로 수행한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교환해주는 일도 자동화가 가능하다.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을 교환해주는 일도 마찬가지로 단순하다. 실제로 코인을 교환해주는 무인 회사가 있다. 2018년 설립된 유니스왑(Uniswap)이다. 유니스왑은 암호화폐 거래소다. 모든 업무가 프로토콜에 의해 자동으로 돌아가므로 분산거래소(DEX)라고도 부른다. 같은 거래소이지만 업비트나 빗썸과 달리 직원이 없는 분산자율조직(DAO)이다. 앞에서 예로 든 자판기 수준의 회사가 아닌 글로벌 금융기업이다.

DAO라는 명칭은 2016년의 ‘더다오(The DAO)’서 유래했다. 이 회사가 28일간 토큰을 팔아서 1만 1,000명 이상의 투자자들로부터 1억5,000만 달러(한화 1,700억 원)를 모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다오 토큰을 증권으로 판단했다. 증권형 토큰은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야 한다. 암호화폐 거래소에선 사고팔 수 없다. 이후 유니스왑, 컴파운드(Compound), 아베(Aave), 메이커(Maker) 등 금융권에서 많은 DAO가 출현했다.



분산자율조직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직원과 건물이 필요 없고, 비즈니스 모델은 스마트 컨트랙트라는 프로그램에 담겨 투명하게 공개된다. 프로그램은 공평하게, 차별과 예외 없이 실행된다. 비용이 적게 들고 의사결정은 단순하며, 신뢰가 확보된다.

미래의 금융시장에서 유니스왑처럼 DAO의 역할이 크게 증대될 것이다. 다른 시장으로도 DAO가 널리 퍼져나갈 것이다.

물론 DAO가 많은 장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단점도 있다. 더다오도 예상치 못했던 스마트 컨트랙트 버그로 문을 닫았다. 잘 어울리는 업종도 따로 있다.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산업이 금융산업의 효율을 높여 인력을 감축시키고 지점 수를 줄인다는 게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분산금융 DAO 모델이 금융기관을 환골탈태시키는 데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DAO 모델을 빨리 수용하는 게 금융기관이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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