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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수칼럼] 중원의 늑대가 몰려온다

백상경제연구원장·서울경제 논설고문

‘먹고사는 문제’ 해결 선언한 중국

내부축적 에너지 외부로 돌릴태세

남중국해 등 곳곳 ‘전랑외교’ 마찰음

‘차이나리스크’ 막을 대책 서둘러야

오철수 백상경제연구원장




1989년 톈안먼 사태를 유혈 진압한 이후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위기에 처했다. 유럽 등 각국으로부터 국교 단절 경고가 잇따랐다. 당시 중국의 최고 실권자 덩샤오핑은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도부에 대응 지침을 하달했다. 흔히 ‘20자 방침’으로 알려진 지침이다. △냉정관찰(冷靜觀察·냉정하게 관찰할 것) △은주각보(穩住刻步·서두르지 말 것) △침착응부(沈着應付·침착하게 대응할 것) △도광양회(韜光養晦·조용히 실력을 기를 것) △유소작위(有所作爲·꼭 해야 할 일이 있는 경우에만 나설 것)가 그것이다. 국제사회의 일에 함부로 나서지 말고 실력을 기르라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이후 장쩌민-후진타오 체제로 이어지는 중국 정부의 외교 전략으로 자리를 잡았다.

덩샤오핑의 이 지침이 용도 폐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권력을 잡은 이후 ‘중화민족의 부흥’을 내세워 공세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에 공공연하게 도전장을 던지고 나섰다. 이 같은 중국 지도부의 의중을 가장 잘 드러낸 것이 지난 1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다. 여기에서 먼저 주목할 점은 ‘샤오캉(小康) 사회’ 달성 선언이다. 모든 국민이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40여 년 전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하면서 설정한 첫 번째 국가 목표가 달성된 셈이다. 중국이 실제 풍족한 사회가 됐는지에 대한 진위 여부를 떠나 샤오캉 사회 완성 선언은 중국의 대외 정책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이 그동안 내부에서 축적한 에너지를 외부로 돌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 ‘대동(大同) 사회’ 구현이라는 또 다른 목표를 제시해놓고 있다. 세계 질서를 중국 중심으로 다시 짜겠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과의 패권 전쟁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시 주석이 창당 100주년 행사에서 “앞으로 중국이 세계를 이끄는 것은 필연”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뜻이다.



중국의 태도 변화는 우리나라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힘을 바탕으로 거칠게 밀어붙이는 중국의 ‘전랑외교(戰狼外交)’가 곳곳에서 마찰음을 내고 있다.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일축한 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정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남중국해의 암초를 군사기지화하고 있다. 남중국해는 세계 해상 물류의 25%, 원유 수송의 70%가 이뤄지는 길목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안보·경제 이익과도 직결된 곳이다. 만일 중국이 이곳을 무력으로 차단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대만 등 동북아시아 3국의 경제는 마비되고 만다.

덩치가 커진 중국이라는 늑대가 우리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중국은 우리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배치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트집 잡아 4년이 넘도록 경제 보복 조치를 풀지 않고 있다. 동북공정이라는 이름하에 고구려의 역사를 자기네 역사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서해에서는 동경 124도를 중심으로 일방적으로 경계선을 그어 서해를 자신들의 안방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직전 정의용 외교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편향된 장단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만일 중국의 힘이 지금보다 더 세지면 우리나라 내정에 대한 간섭이 더 심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중국의 부상이 우리의 생존에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제 ‘차이나 리스크’에 대비해야 할 때가 됐다.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원칙을 세워 단호하게 대응해 나아가야 한다. 사드 사태처럼 아무런 원칙도 없이 그저 중국 앞에 설설 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경제 보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우리가 저자세를 보인다고 해서 보복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다. 우리가 미온적으로 대응하면 할수록 중국의 압박만 심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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