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하고도 사고 현장에서 “재수가 없었다”며 큰 소리친 50대가 징역 3년을 선고받자 형량이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피해자 유족과 합의했음을 고려하더라도 마약 전과가 8회나 되는 피고인이 사고 발생 엿새 전 또다시 마약에 손을 댔고, 무면허 운전으로도 3번이나 처벌받은 데다 검찰 구형량보다도 한참 낮기 때문이다.
춘천지법 형사2단독 박진영 부장판사는 지난 7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장모(53)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앞서 장씨는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7시 40분께 춘천시 근화동에서 무면허 상태로 스타렉스 승합차를 몰다가 건널목을 건너던 A(27)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고 충격으로 A씨는 약 27m를 날아갔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목숨을 잃었다.
경찰이 사고 현장에 출동했을 당시 장씨는 바닥에 앉아 “어휴 재수 없어, 재수가 없었어”라며 큰소리를 치고 있었다. 장씨가 음주운전이 아님에도 몸에 힘이 풀린 채 조사 내내 졸았다는 점, 충혈된 눈과 어눌한 말투에 더해 마약 전과까지 다수 있음을 확인한 경찰은 투약을 의심했다.
사고 엿새 전 장씨가 마약을 투약했음을 밝혀낸 경찰은 특정범죄가중법상 위험운전치사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넘겼으나 검찰은 교통사고처리법상 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마약 투약 시점과 교통사고 시점이 일주일 가량 차이가 있고, 약물로 인해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가 됐다는 것을 단정 짓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뒤늦게 위험운전치사죄로 공소장을 변경하고 당시 출동 경찰관들까지 법정에 세우며 위험운전치사죄 성립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필로폰 투약 시 일반적으로 약 8∼24시간 효과가 지속됨에도 장씨가 엿새 전인 12월 15일 오후 11시 이후부터 사고 이전까지 또다시 필로폰을 투약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 점을 들어 무죄라고 판단했다. 또 필로폰 투여 시 증상과 장씨가 사고 직후 보인 언행을 비교했을 때 필로폰 영향 아래에 있어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결국 마약 범죄에서도 처벌이 가벼운 투약·단순 소지에, 위험운전치사죄가 아닌 축소 사실로 인정된 교통사고처리법상 치사와 무면허 운전까지 고려했을 때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는 징역 1년∼4년 8개월이었다. 교통사망사고 범죄의 경우 위험운전 사고는 법정형이 3년 이상의 징역형인데다 양형기준상 가중 처벌하면 4∼8년이지만, 일반교통사고는 양형기준상 가중해도 금고 1∼3년이다. 양형기준은 법관이 형량을 정함에 있어 참고해야 하고, 법적 구속력은 갖지 않는 권고적 기준에 해당하지만, 대부분 양형기준 내에서 판결한다. 이번 사건에서도 검찰은 위험운전치사죄를 유죄로 주장하며 징역 12년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지만, 피고인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과 유족 대표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권고형의 범위대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판결이 나오자 누리꾼 대다수는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고작 징역 3년이 나오느냐”고 의문을 제기하며 판결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역 법조계 관계자도 “위험운전치사죄는 법리상 무죄가 맞다고 보인다”면서도 “피해자 유족들과 합의한 것을 고려하더라도 다수 전과가 있고, 과실범이지만 횡단보도 사망사건임을 고려했을 때 형량이 국민 법 정서에 부합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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