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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 세트·유쾌한 입담…오감이 '짜릿'

◆뮤지컬 '비틀쥬스'

다채로운 연출에 특수 효과 눈길

재기발랄 번역·캐릭터도 매력적





기괴하고 음침한, 그러나 매력적인 팀 버튼 월드를 한층 더 생생하게 옮겨왔다. 팝업북 같은 입체적인 세트부터 거대 퍼펫, 손끝에서 터지는 불꽃까지. 전 세계 라이선스 초연으로 지난 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개막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비틀쥬스는 러닝타임 150분 내내 관객에게 ‘자비 없는 저세상 텐션’을 선사한다.

비틀쥬스는 독특한 세계관으로 사랑 받아 온 팀 버튼 감독의 동명 영화를 뮤지컬로 만든 작품이다. 2019년 4월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였다. 유령이 된 부부 ‘바바라’와 ‘아담’이 자신들의 신혼 집으로 당돌한 소녀 ‘리디아’의 가족이 이사 오자 이들을 쫓아내기 위해 98억 살 유령 ‘비틀쥬스’를 소환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관객 혼을 쏙 빼놓는 볼거리는 단연 이 작품의 미덕이다. 제작사는 기술적인 완성도를 이유로 두 차례나 개막을 연기한 바 있는데, 이 같은 일정 지연에 수긍하게 될 만큼 쉴 틈 없는 무대 전환과 특수 효과가 ‘유령의 집’이라는 판타지를 완성한다. 이야기의 주된 배경이 되는 집은 마치 하나의 캐릭터처럼 상황과 분위기에 맞게 변신한다. 아담 부부 스타일이 반영된 따뜻한 앤틱 양식은 리디아 가족이 이사 온 후엔 도시풍의 차가운 느낌으로, 비틀쥬스가 공간을 장악했을 땐 뱀을 연상케 하는 줄무늬가 가득한 장소로 탈바꿈한다. 집 세트는 총 네 번 ‘전혀 다른 느낌’으로 변하는데, 조명을 통한 시각적인 왜곡으로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연출해낸다. 무대 아래에서 솟아 오르는 거대한 얼굴 모양의 퍼펫과 왕뱀 모형 등 ‘비주얼 스펙터클’이란 홍보 문구에 걸맞은 시각적 신선함을 선사한다.





매력적인 캐릭터도 돋보인다. 개막 무대에서 비틀쥬스 역의 정성화는 이승과 저승 사이에 낀 극 중 캐릭터처럼 무대와 객석의 사이에서 마치 ‘유령 쇼의 진행자’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코로나 검사 그만 받고 싶어’, ‘여기서 박수 쳐야 하는 거야’ 처럼 능청맞은 농담과 언어유희를 쉴 새 없이 토해내며 두 세계를 연결했다. 미국식 풍자와 말장난을 한국 정서에 맞게 한번 더 비튼 번역이 더해져 진한 웃음과 공감을 끌어낸다. 리디아 역의 홍나현 역시 작은 체구에서 뿜어내는 탄탄한 연기와 가창력도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볼거리와 말장난에 뒤덮인 작품 같지만, 그 안에 현실적 메시지도 적절히 버무렸다. ‘나중에 하면 되지’라며 미루고 쌓아두기만 한 아담 부부의 다락방 장면, 리디아를 향한 ‘너는 낯설고 이질적인 것이 아닌 용감하고 특별한 것’이라는 응원 등이 감정과 자극의 ‘강강강’ 속에서 쉼표 역할을 해준다.

갈등을 급하게 마무리하는 등의 ‘엉성한 서사’는 아쉽지만, 모두가 지친 시기 그저 오감 즐거운 경험 하나 만으로도 충분히 방문하고 싶은 ‘유령의 집’이다. 8월 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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