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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이준석' 나오려면…당직·공천에 경쟁 도입, 정당가입·피선거권 연령 낮춰야

[한국 정치 빅뱅] <하>뿌리깊은 ‘그들만의 리그’

거대양당, 정치인 육성 노력보다

깜짝 발탁으로 구색 맞추기 급급

청년 공천 할당제 등 확대 필요

30대 오스트리아·핀란드 총리

'당 내 청년당'서 의사결정 과정 배워

23세 하원의원 탄생 배경에는

만 18세부터 피선거권 부여

지난달 19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캠퍼스D에서 청년정치학교 수강생들이 이원재 랩2050 대표로부터 기본소득 강의를 듣고 있다. 민주시민 정치교육 전문기관 청년정치학교는 만 39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당적에 무관하게 정치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사진=청년정치학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등장으로 정치권 세대교체 열망이 달아오른 가운데 막상 ‘이준석 현상’을 이어갈 청년 정치인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거대 양당이 청년 정치인 육성에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깜짝 발탁으로 구색 맞추기를 해온 때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공천 과정과 피선거권 연령 제한 등도 청년의 정치권 진입에 거대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실력을 갖추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청년 정치인이 적은 이유로 허술한 양성·선발 시스템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각 당에서 청년을 대상으로 정치학교 등을 운영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기초 교육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실제 실력 있는 청년을 등용할 경쟁 선발 제도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따라 정치에 뜻이 있더라도 선거운동원이나 당원 활동 등을 거쳐 정치에 입문해야 한다. 홍종기 국민의힘 수원정 당협위원장 “능력 있는 사람을 주요 자리에 기용한다거나 시스템으로 키워주는 제도가 없다”며 “이들에게는 정치 활동의 효율이 떨어진다”고 했다.

기초의원 공천에 지역위원장이나 당협위원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해 활동 기간이 짧은 청년에 불리하다는 지적도 많다. 청년 정치인 육성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단체 뉴웨이즈의 박혜민 대표는 “공천이 결정되는 과정이 불투명하고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당원 가입 연령을 만 18세로 제한한 법령도 청년 정치인 육성의 장애물로 지목된다. 피선거권을 만 25세부터 부여하는 제도도 청년이 선거에 도전하는 시기를 늦춰 문제로 지적된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정당 가입, 피선거권 연령 제한은 정치 진입 나이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제2의 이준석’이 등장하려면 청년 정치인을 육성하고 활동 기회를 제공하는 정당 개혁이 급선무로 거론된다. 능력 있는 청년이 계파나 연줄 없이도 주요 당직으로 진입할 수 있는 공개 경쟁 제도를 갖출 필요가 제기된다.

정치 교육기관이 실질적인 청년 정치인 양성소로 변모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정병국 청년정치학교장은 “당원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더 많아져야 한다”며 “선거 등 현실 정치에 진출할 때 필요한 교육 과정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인성 국민의힘 청년국장은 “단기적·강좌식 교육이 아니라 실력 있는 정치인으로 양성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을 마친 청년에게 기업의 ‘채용 연계형 인턴’과 같이 주요 당직을 맡을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주장도 터져 나왔다. 선거에 낙선한 청년에게는 당직을 주어 생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청년이 직장을 그만두고 선거에 나섰다가 낙선했을 때 리스크가 크다”며 “정당이 계약직 연구원 자리 등을 제공해 재기 준비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당원이 공천권을 행사하게 하고 출마자를 경쟁에 붙이자는 요구도 거론된다.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 연설이든 토론이든 당원과 주민이 참여하는 (경쟁) 심사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 할당제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로 꼽힌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기초의원 30%,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은 50% 청년 할당을 약속했지만 각각 16%, 9%에 그쳤다. 박 대표는 “공천 문제를 효과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 이어 대안으로서 할당제 논의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10대부터 육성하는 청년 정치인


유럽의 30대 정치 지도자들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35세의 세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 36세의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 36세 예서 클라버르 네덜란드 녹색좌파당 대표는 모두 10대나 20대 초반에 정치 활동을 시작해 10년 이상의 정치 수업을 받았다. 정당별 청년조직이 잘 갖춰져 있고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연령 제한도 낮은만큼 생물학적 나이와 관계 없이 탄탄한 정치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던 것이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세바스티안


지난 2017년 31세의 나이에 오스트리아 연방 총리로 처음 당선된 세바스티안 쿠르츠 총리는 2003년(17살) 국민당 내 '청년당' 입당으로 정치 경력을 시작했다. 쿠르츠 총리는 5년 뒤 청년당 의장으로 선출되고, 2013년 외교장관으로 임명되는 등 성공적인 정치 커리어를 다지게 된다. '당 내 청년당'은 젊은 지도자가 등장하기 위한 주요 조건 중 하나다. 클라버르 네덜란드 녹색좌파당 대표도 DWARS라는 당 내 청년당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 역시 탐페레 대학교 재학 중 사회민주당 청년당 활동을 했다.

청년당 활동 경험이 중요한 것은 젊은 지도자들에게 '독자적 의사결정권'의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청년당의 시초로 꼽히는 독일의 '영 유니온(Junge union)'은 자체 강령을 두고 독자적인 전당대회를 통해 지도자를 선출한다. 따라서 청년 지도자가 스스로 결정을 내리면서 정치 경험치를 쌓을 수 있다. 기존 정당 내 청년위원회에서 활동하면 당 지도부의 결정에 따를 수 밖에 없는 구조와 대비를 이룬다.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


한국에도 지난해 12월 국민의힘이 '한국형 영 유니온'을 표방한 청년국민의힘을 발족시킨 이후 '청년당' 실험이 진행중이다. 정의당 역시 지난 3월 강민진 대표를 주축으로 청년정의당을 출범시켰다. 다만 아직 독자 전당대회를 한 번도 개최하지 못하는 등 실질적인 정당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지는 못하고 있다.

유럽 선진국들은 정당 활동의 연령 제한을 대폭 낮춰 청년들의 정치적 자유를 보장한다. 바로 이 같은 열린 제도와 문화가 청년 정치가 착근할 수 있는 밑거름으로 작용한다. 영국 보수당은 연령 제한이 없고, 노동당은 15세부터 가입이 가능하다. 독일 사회민주당은 14세부터, 프랑스 사회당은 15세부터 당에서 활동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18세 이하 청소년의 정당활동이 원천적으로 금지돼있다. 공직선거법 상 선거권이 있는 자만이 당원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서 클라버르 네덜란드 녹색좌파당 대표


'낮은 선거 출마 나이 제한' 역시 유럽에서 젊은 지도자가 등장할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마린 핀란드 총리는 지난 2008년 23세의 나이로 탐페레 시 의원으로 출마해 낙선이라는 쓴 맛도 경험했다. 그러나 이는 인지도를 높이고 선거 경험을 쌓는 계기가 돼 선거 패배 후 4년 뒤인 2012년에 당당히 시 의원에 당선, 2013년에는 시 의회 의장직을 맡게 된다. 클라버르 네덜란드 녹색좌파당 대표도 23세의 나이에 하원 의원,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24세에 빈 시의회 의원 당선을 시작으로 정치인의 길에 본격 들어섰다.

이는 한국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앞선 세 나라는 만 18세부터 피선거권을 주는 것과 달리 한국은 만 25세부터 피선거권을 갖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정치인을 충원하는 구조가 당에서 훈련을 해서 직업 정치인이 되는 게 아니라 관료, 청와대 등에서 경력을 쌓은 명망가들이 입당하는 방식”이라며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정당 훈련을 통해 정치를 익히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준석 대표 당선을 계기로 정당 문화를 바꿔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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