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이준석 대표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를 두고 “우리 내부 철학의 붕괴”라고 비판했다. 이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당 대표 간 실제 합의된 내용까지 왜곡하며 침소봉대해서 내부 공격을 가하는 것은 자해 정치”라고 맞받아쳤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합의를 놓고 야당 내부가 자중지란에 빠져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의원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어제 양당 대표 간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는 이번 대선이라는 생각의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전선을 함몰시켰다”고 몰아세웠다. 그는 “이번 선거의 전선은 다음 세대가 희망을 못 보는데도 온 힘을 다해 시스템을 고치기는커녕 국민의 돈을 선심성으로 뿌리며 철 지난 이념과 자기들 패거리만 챙기는 후진 정치를 어떻게 공격할 것인가에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문제는 이들(더불어민주당)이 4년 내내 국민을 현혹시킨 ‘전 국민 돈 뿌리기 게임’에 (이 대표가) 동조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의힘 지지자를 꼿꼿이 세우고, 합리적인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를 망가뜨린 것은 상대방이 아니라 우리 내부 철학의 붕괴”라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 내에서도 ‘이준석 리스크’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조해진 최고위원은 “당 대표의 잘못은 당에 타격을 주고, 본인에게 치명상을 입히고, 나아가 정권 교체의 희망을 날려버리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기존의 우리 당 노선과 정책을 빨리 숙지하고, 실시간 이슈와 정책도 충실하게 팔로업하고, 사안별로 의원들의 의견도 꼼꼼하게 파악·정리하고 있어야 한다”며 ‘선별 지급’과 상충하는 합의를 한 이 대표를 비판했다.
당내에서 비판이 이어지자 이 대표와 가까운 하 의원이 직접 반박에 나섰다. 하 의원은 “이 대표가 밝힌 어제 합의 사항의 핵심은 코로나19 피해가 극심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에 추경 재원을 우선 집중하자는 것”이라며 “이는 그동안 우리 당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것으로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하 의원은 “2순위 어젠다로 남는 예산에 대해서는 80% 지급 경계선 문제나 행정 비용 문제가 있으면 비율을 늘리자는 민주당의 제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조건부 검토였지 100% 지급 합의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런 조건부 검토 입장을 100% 지급 합의인 것처럼 일각에서 왜곡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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