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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테슬라 팔고 '밈 주식' 쇼핑…"AI에 돈 맡길만 하네"

'AI ETF' 매니저 수익률 88%

S&P500지수 52% 앞질러

매달 매수 종목 기사로 제공

개미도 자산가와 동등 대우

투자 문호 낮춰 대중화 선도





올해 1월 인공지능(AI)이 운용하는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AMOM ETF는 테슬라를 전량 매도했다. 미국의 대형주에 투자하는 펀드가 세계 1위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를 포트폴리오에서 완전히 빼버리는 것은 ‘인간 매니저’라면 쉽게 내리기 어려운 결단이다. 이후 테슬라 주가는 횡보세를 나타내고 있다. 또 지난달 초 이 ETF는 아마존을 팔고 게임스톱과 AMC를 사들이면서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보통 기관투자가들이 손대지 않는 ‘밈 주식(인터넷에서 주목 받는 주식)’이지만 감정도 없고 가치 판단도 하지 않는 AI를 장착한 ‘로보매니저’는 매수·매도 주문을 냉정히 낼 뿐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얻기 위한 복잡한 함수에서 도출된 종목이라면 말이다.

이 ‘냉혈’ AI 매니저의 성적은 어떨까. 지난 2019년 5월 21일 뉴욕 증시에 상장된 AI ETF의 실질 수익률은 88.08%로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상승률 52.71%를 앞선다. (이는 그 사이 ETF에서 나온 배당금을 재투자한 것으로 간주해 나온 수익률이다. 따라서 눈에 보이는 주가의 단순 수익률보다 실제 투자자들이 손에 쥐는 실질 수익률이 높다. AMOM의 경우 2019년과 2020년 배당금과 자본이득분배금 명목으로 주주들에게 주당 총 9.22달러를 지급했다.)

국내 AI 스타트업인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의 기술로 운용하는 이 ETF가 코로나19의 파고를 뚫고 꾸준히 좋은 수익률을 거두다 보니 월스트리트저널(WSJ)·마켓워치·배런스 등 현지 언론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부 매체는 매달 로보매니저가 산 이달의 종목에 대한 기사를 내보낼 정도다.

시간이 지나며 AI 매니저의 운용 실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쌓이자 투자자의 저변도 넓어지고 있다. 그동안 국내 주식에 국한됐던 투자 대상도 해외 ETF까지 넓어졌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성향에 따라 맞춤형으로 일임투자를 알아서 해주는 서비스까지 나왔다. 인간 매니저의 손길을 거치는 일임투자의 경우 최소 가입 금액이 3,000만 원 이상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로보매니저들은 소액 손님도 거액 자산가들과 동등하게 대우하며 운용한다. 거액 자산가들만 상대해온 골드만삭스는 올해 초 ‘개미’들을 위한 자산 관리 앱인 ‘마커스인베스트’를 출시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주식·채권·ETF 등에 걸쳐 자산을 자동 분배해주는 이 앱은 연 수수료 0.35%에 최소 가입액이 1,000달러다. 국내에서도 핀트가 10만 원부터 국내외 ETF에 알아서 투자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수수료는 수익을 내기 전까지 무료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로보어드바이저는 앞으로 자산 관리 서비스의 문호를 일반 대중에게 확대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AI는 향후 자산 운용 서비스의 고도화 및 대중화를 진전시킬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변동성 장세도 두렵지 않다… MZ부터 5060까지 사로잡은 'AI 주식 코치'


# 50대 주부 A 씨는 얼마 전 딸의 소개로 인공지능(AI) 자산 관리 서비스에 가입했다. 평소 은행에서도 펀드 가입을 권유받은 적이 있지만 잘 모르는 상품에 큰 금액을 넣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망설여졌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간단하게 투자성향을 입력하니 미국 지수 상장지수펀드(ETF)와 채권·금 등 다양한 자산이 포트폴리오에 담겼다. 100만 원의 적은 금액이지만 어디에 투자했는지 한눈에 볼 수 있어 한결 마음이 놓였다.

‘편리함’을 앞세운 로보어드바이저(RA) 혹은 AI를 활용한 투자 서비스나 상품이 이용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거액의 자산이나 별다른 지식 없이도 AI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자산 배분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올해 금리 인상,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 등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는 AI 기술의 활용이 유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코스콤이 운용하는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에 따르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계약자 수는 지난 2017년 말 4만 명에서 올해 5월 말 37만 명으로 3년 반 만에 9배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운용자산규모(AUM)도 4,220억 원에서 1조 7,242억 원으로 4배 넘게 늘었다.

최근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핀테크 업체들이다. 업계 운용 규모 1위인 ‘파운트’를 비롯해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의 ‘핀트’, 쿼터백자산운용의 ‘쿼터백’, 투자 자문사인 에임의 ‘에임’, 두물머리투자자문의 ‘불릴레오’ 등이 잘 알려져 있다. 앱 등을 통해 자체 서비스에 가입하면 10만 원, 100만 원 단위의 소액으로도 개인의 투자성향과 시장 상황에 맞춘 포트폴리오 서비스를 받아 볼 수 있다.

예로 안정적인 투자성향을 가진 고객에게는 채권(55%), 미국 등 선진국 주식(32%), 신흥국 주식(5%), 부동산 및 원자재(8%) 등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제시해주는 식이다. 글로벌 주식, 채권, 부동산, 원자재 등 투자 대상도 다양해 투자자 입장에서는 전문 지식 없이도 자산 배분이 가능하고 투자 일임 서비스를 이용하면 별다른 투자 판단 없이도 알아서 자산을 리밸런싱까지 해준다.





상품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쿼터백은 이달 △착한 기업 △고령화 사회 △스타트업·공모주 △블록체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인 가구 수혜 업종에 집중하는 ‘나혼자산다’ 등 최근 투자 트렌드에 맞춘 6종의 테마형 EMP( ETF Managed Portfolio)를 출시하기도 했다.

강상균 파운트 개인자산관리사업본부장은 “앱 이용자들이 운용 방식이나 상품, 자금 규모 등에 따라 본인의 상황에 맞는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 및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있다”며 “자문과 일임 서비스 각각 장단점이 뚜렷하기 때문에 투자자 개인의 금융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꼼꼼히 따져보고 최적의 투자 상품을 선택한 후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계획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용이 쉽다 보니 스마트폰에 익숙한 MZ세대는 물론 5060세대까지 전 연령에 걸쳐 사용자들이 늘고 있다. 예로 6월 말 기준 핀트 서비스를 이용 중인 사용자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지난 1년간 20대가 5배, 30대가 3배, 40대가 5배로 늘어난 반면 50대와 60대는 각각 11배씩 늘어 눈에 띄게 증가한 모습이다. 특히 5060세대는 이용자 비율로는 7%대로 소수에 속하지만 높은 자금 동원력을 갖추고 있어 투자 금액을 기준으로는 20%대 비중을 차지해 20대 투자자들 못지않은 메이저 고객층으로 급부상했다. 파운트 역시 고객들의 연평균 추가 납입 횟수를 따지면 70대와 40대가 9회 이상, 50대가 8.6회 이상으로 젊은 세대보다 더욱 적극적인 적립식 투자를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투자는 매수·매도 타이밍 등에서도 우수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알아서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재무 정보를 분석하고 하락 위험 등을 감지한다. 이에 기존 대형 증권사들 역시 자체적으로 로보어드바이저를 적용하거나 관련 업체와 협력한 펀드를 적극 출시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의 분석 결과 로보어드바이저의 최근 1년 평균 수익률은 증권사(20.60%), 자문 일임(17.42%), 자산 운용(13.63%) 순이다. 같은 기간 지수 상승률보다는 낮지만 최근처럼 개인 투자자가 대응하기 힘든 변동성 장세에서도 안정적인 수익률을 유지하는 강점을 보여줬다는 설명이다.

핀테크 업체 앞다퉈 AI자문 시장 진출…월 10만원도 '맞춤 포트폴리오' 제공




물론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펀드들도 있다. 일례로 신한금융투자와 콴텍투자자문이 손잡은 ‘신한-콴텍 가치투자 주식형 2호’는 5월 말 기준 1년 수익률이 192.48%를, ‘신한-콴텍 국내주식형 대형1호’는 127.04%를 기록 중이다.

대형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내놓은 서비스들도 눈길을 끈다. 키움증권의 로보어드바이저 투자 일임 서비스인 ‘키우Go’, KB증권과 파운트가 협력한 ‘비대면 투자일임 서비스’, 유안타증권의 투자 타이밍 분석 서비스 ‘티레이더’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공매도 재개, 단기 주가 지수 급등에 따른 조정 우려 등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수한 자산 배분 능력을 가진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들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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