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월은 장마·태풍으로 통상 철근이 안 나가는데 요즘은 만드는 족족 팔려나갑니다.”
19일 현대제철(004020)의 인천 철근 공장. 출고를 앞둔 철근을 쌓아두는 적치장은 텅텅 빈 모습이었다. 철근 더미는 7단, 약 2m 높이로 쌓여 있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평소 철근 재고를 20단(약 6m)은 쌓아두는데 요즘은 인천공장 기준으로 재고 보유량이 3분의 1 정도밖에 안 된다”며 “인천·당진·포항공장 전체를 기준으로 볼 때 적정 철근 재고는 9만~10만 톤인데 최근에는 6만~7만 톤까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제철소 곳간을 채울 새도 없이 철근 주문이 밀려드는 것이다.
인천 철근 공장이 눈코 뜰 새 없이 돌아가는 것은 올 상반기부터 이어지고 있는 건설 현장의 ‘철근 대란’ 때문이다. 철근 대란이 촉발된 원인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우선 철강업계는 올해 생산 계획을 세우던 지난해 말만 해도 철근 수요가 이처럼 폭증할지 몰랐다고 한다. 그러나 국내 건설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했고 철근 수요도 급증했다. 여기에 올 5월 8일 현대제철 당진공장에 사고가 발생하며 35일가량 가동을 멈추면서 철근 공급에 큰 차질을 빚었다. 당진공장은 국내 철근 생산량의 약 15%를 담당한다. 또 중국산 수입 물량이 크게 줄며 철근 대란을 부채질했다.
공급과 수요에 엇박자가 나며 철근 가격의 기준이 되는 SD400(10㎜) 제품의 톤당 유통가격은 지난 5월 말 한때 역대 최고치인 135만 원까지 치솟았다. 올 1월의 74만 원 대비 2배가량 뛴 것이다. 다만 7월 현재는 106만 원까지 가격이 내렸다. 혹서기·장마철의 영향에 철근 수요가 소폭 줄고 철강업계가 생산량을 일제히 늘린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7~8월 비수기가 끝나고 철근 수요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적어도 올해 말까지는 철근 부족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1년 365일, 24시간 공장 가동으로 철근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상·하반기 대보수 일정을 오는 11월 이후로 연기하는 등 철근 생산에 모든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형강 생산을 일부 줄이고 철근을 생산해 상반기에만 애초 계획보다 10만 톤 많은 철근을 생산해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일부러 철근 생산량을 줄이는 일은 결코 없다”며 “철근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주야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도 인천공장은 쉴 새 없이 돌아갔다. 철근 제강 공장에서는 끊임없이 철스크랩을 녹여 쇳물을 뽑아냈다. 전기로가 있는 층에 도착하자 ‘우르릉 쾅쾅’하는 천둥 번개 소리가 거세게 귓가를 때렸다. 전기로 하부 산소 주입구로는 철스크랩이 오렌지색으로 달아올라 불꽃을 튀기고 있었다. 쇳물로 돌아가는 수순이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철스크랩을 1,600도까지 달궈 쇳물을 만든다”며 “시간당 쇳물 100톤이 생산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나온 쇳물은 불순물을 제거하고 H빔 전 단계인 빔 블랭크 블룸이나 철근 전 단계인 빌레트라는 반제품으로 성형됐다. 빌레트와 블룸은 가래떡처럼 길게 뽑혀 나왔는데 연주 라인에서 일정한 크기로 절단돼 철근 공장이나 소형 공장으로 보내진다고 했다.
철근 공장에 들어서자 긴 라인을 따라 쏜살같이 지나가는 철근이 눈에 띄었다. 앞서 본 철근 제강 공장에서 철근 공장으로 넘어온 블룸은 압연과 냉각 공정을 거쳐 10~19㎜의 철근 가닥으로 뽑아져 나왔다. 이렇게 나온 철근 가닥은 철근 다발을 묶는 결속 과정을 거쳐 적치장에 쌓였다. 적치장에 쌓인 철근은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대형 자석이 부착된 크레인에 들려 화물차 적재함에 실려 나갔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6월만 해도 철근을 싣고 나갈 화물차를 구하기도 어려워 애를 먹었다”며 “요즘에는 상황이 조금 나아졌지만 언제 또 수요가 치솟을지 몰라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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