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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사회
[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96> ASF 탈출 위한 과잉생산에 돈육 가격 반토막···양돈산업도 ‘흔들흔들’

■ 롤러코스터 타는 中 돼지고기 시장





중국 돼지가 다시 논란이다. 앞서 지난 2018~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감염으로 중국에서 대거 돼지가 살처분되면서 생산량이 줄고 이에 따른 가격 급등과 수입 증가로 전세계 육류 및 곡물 시장을 들썩이게 했었다. 이번에는 오히려 돼지고기 가격이 크게 떨어져 시장에 타격을 입히고 있는 것이다. 중국 증시에서 양돈 관련 기업들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주가가 반토막 나면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중국 돼지고기 가격은 올들어 급락하고 있다. 중국 농업농촌부에 따르면 중국내 돈육 전국 평균 가격은 지난 6월 kg당 15 위안(약 2,600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6월 평균 33.37 위안의 절반도 안되는 것이다. 최근인 19일 현재 15.78 위안을 기록 중이다.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은 지난 2019년 여름까지는 상당기간 안정세를 유지했다. 평균 가격이 20 위안 아래에 머문 것이다. 하지만 8월 이후 급등하기 시작했다. 그해 8월 23.22 위안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10월에 36.13 위안으로 올라서며 지난해 내내 30~40 위안 대에서 고공행진했다. 가격이 순식간에 두 배로 오른 것이다. 올해 들어서는 정반대 현상이 벌어졌다. 올들어 1월 35.68 위안이었으니 6월에는 반토막이 난 셈이다.

한국인에게 식사에서 김치가 빠질 수가 없는 것처럼 중국인에게는 돼지고기가 필수품이다. 돼지고기는 대부분의 중국 요리에 기본재료로 사용된다. 돼지고기의 가격 등락이 중국인 전반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다. 일단 돼지고기 가격이 떨어지면 전체 소비자물가의 안정으로 소비자들에게 좋을 수 있다. 다만 경제 전체적으로는 문제가 되는데 필수 소비품의 과잉에 따른 돼지고기 생산농가에 직격탄을 가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양돈농가는 영세하기 때문에 타격도 더 크다.

중국 베이징의 한 육류 판매점에 돼지고기가 진열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9년 갑작스러운 돼지고기 가격 상승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인한 돼지고기 공급량의 급감에서 비롯됐다. 지난 2018년 8월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서 ASF가 발병한 이후 시나브로 중국 전역으로 퍼졌다. 초반에는 별영향이 없는 듯했으나 1년여가 지난 2019년 중반부터 시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당시 한 농업 전문가는 “중국에는 돼지 많고 지역도 넓어 전염병 피해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무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듬해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그랬듯이 이해 ASF도 중국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 전국적으로 1억 마리 이상의 돼지가 폐사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돼지고기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었고 여기에 상인들의 매점매석도 잇따랐다. 중국 정부가 단속에 나섰지만 가격은 계속 올라갔다. 어쨌든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당황한 중국 정부는 ASF 방역에 나서는 동시에 사육 농가들은 자금을 쏟아부으며 돼지 생산을 늘리도록 했다. 돼지 1마리당 500 위안의 보조금을 시작으로 막대한 자금이 살포되면서 돼지사육 기업도 확산됐다.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스마트 양돈’ 사업에 나서는 등 붐이 일었다.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부동산 개발업체 완커 등도 돼지 사육에 뛰어들었다.

공산당 일당독재체제에서 경제안정은 정권의 사활과 관련되는 중요한 문제다. 당시 대응반장을 맡은 후춘화 중국 부총리가 “돼지고기 공급을 확보하는 것은 경제문제일 뿐아니라 긴박한 정치임무”라고 지적했을 정도다.



1년여 동안 돼지 사육이 늘어나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급상승을 멈추고 안정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폭락한 것이다. 올 들어 돼지고기 가격은 반 토막이 됐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회복되면서 육류 소비도 늘어났지만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가격은 떨어지는 상황이 된 것이다. 다시 당황한 중국 정부는 이번에는 돼지고기 수매에 나섰다. 지난 18일 돼지고기 2만 톤을 사들이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수매 조치는 올 들어서만 3번째다. 그럼에도 가격 하락은 멈추지 못하고 있다.

경제 매체 차이신은 “돼지가 시장에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라며 “정부가 기존 정해진 시스템에 따라 시장에 개입해야 하는 순간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러는 가운데 양돈 기업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경제매체 제멘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최대의 양돈 기업인 목원식품(牧原食品)은 올해 상반기에만 23억 위안의 적자를 봤다. 이 회사 주가는 올 들어 20일 현재까지 31.91% 떨어졌다. 지난 한해 13.17% 하락한데 이어 2년째 폭락세다. 2위 기업인 온씨식품(溫氏食品)도 올 들어 주가가 29.95% 하락했다.

중국에서 양돈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영세농가의 어려움은 더 크다. 2019년 기준으로 중국에는 2,600만 곳의 돼지 사육 농장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99%는 500마리 이하의 영세농장이었다.





돼지고기 가격의 급등락은 수요공급 조정 실패가 주요한 이유인데 이에는 중국정부의 비밀주의도 한몫을 했다. 이미 2018년부터 ASF로 돼지들이 피해를 봤지만 중국 정부는 정확한 피해 규모를 발표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가 나와서 ASF가 발병한 이후 1년 가까이 된 2019년 6월까지 살처분 된 돼지 숫자가 120만 마리라고 한 것이 공개적인 피해 인정의 마지막이었다. 이미 시장에서는 1억 마리 이상이 피해를 봤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었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었다.

대신 막대한 보조금을 동원에 양돈 농가 확대에 나섰다. 이번에는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면서 시장 사정에는 상관도 없이 너도나도 돼지 키우기에 나선 것이다. 이들이 올해부터 대거 출하됐는데 이번에는 과잉 공급으로 가격이 폭락한 셈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중국 내에는 4억3,911만 마리의 돼지가 있다. 이는 작년 6월에 비해 무려 9,915만 마리(29.2%)가 늘어난 것이다. 6월 말 수치는 3월 말에 비해서도 5.6%가 늘어났다. 농업농촌부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의 양돈업체 기준으로 지난 6월 돼지 도축량은 2,200만 마리로 작년동기 대비 무려 66%가 증가했다.

돼지고기 가격의 급락은 중국 거시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6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겨우 1.1%에 그쳤다. 당시 국제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8.8%나 된 것과 크게 차이 나는 것이다. ‘세계의 공장’으로 인식되는 중국 생산자물가의 상승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최근 소비자물가 안정에 대해 시장에서는 전적으로 기저효과에 따른 올해 돼지고기 가격의 하락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소비자 물가가 안정돼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국가통계국은 당시 “6월 돼지고기 가격이 작년동기 대비 36.5% 하락했는데 이것이 식품가격 하락(-1.7%)을 이끌었고 전체 소비자물가를 낮추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중국 당국의 주먹구구식 돼지고기 수급 정책은 글로벌 농산물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은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한 지난 2019년부터 다른 나라에서 대규모로 돼지 고기 수입을 늘렸다. 이에 따라 국제 가격도 고공행진을 했다.

지난 2020년 9월 산시성 윈청의 한 농가에서 옥수수가 수확되고 있다. 돼지 사육의 증가로 옥수수 가격도 고공행진중이다. /신화연합뉴스


최근 중국에서 돼지 사육을 늘리면서 옥수수와 콩의 소비도 늘어났다. 돼지의 사료로 사용되는 옥수수의 중국내 가격은 지난 6월 톤당 2,870.23 위안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6월(2,126.48 위안)보다 35%나 뛴 것이다. 같은 기간 콩 가격도 3,113.86 위안에서 3,691.84 위안으로 18.6% 급등했다. 중국이 사료의 수입을 늘리면서 국제 가격도 뛰었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이지만 미국 콩은 대규모로 사들이고 있다. 중국은 올 들어 6월까지 콩을 254억 달러 어치 수입했는데 이는 작년동기 대비 44.4%나 늘어난 것이다. 대신 올들어 돼지고기 수입은 뚝 끊겼다. 중국 내에서도 남아도는 상황에서 더 이상 사 올 필요가 없는 것이다.

중국인들의 돼지고기 사랑은 유별나다. 경제성장으로 소득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돈육 소비가 압도적이다. 지난 2019년 현재 전체 육류소비의 70.6%가 돼지고기가 차지하고 있다. 이전에는 더 높았다. 생활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1978년 이른바 ‘개혁개방’ 이전에는 90% 이상이었다. 14억 인구가 이렇게 돼지고기를 많이 먹다보니 세계시장에 대한 영향력도 크다. 2018년 기준 중국 돼지고기 소비량은 약 554억 톤으로 전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46%를 차지했다. 중국의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전세계 평균의 3배 가까이나 된다.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하던 지난 2019년 8월 리커창 총리가 헤이룽장성 하얼빈의 육류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2년 만에 돈육 가격이 폭락했지만 아직 중국 수뇌부의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인들의 이런 식습관은 오랜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설명이다. 중원에 대규모 인구가 밀집한 가운데 육류 소비를 늘리다 보니 그중에서 가장 쉽고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 돼지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중국 전통소설 ‘삼국지’의 주인공 중의 하나인 장비의 직업이 돼지장수인 것도 이렇게 생각하면 납득이 간다.

지금은 중국인들도 좋아하는 양은 원래 유목민족이 키우던 가축이다. 농경민족인 중국인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이외에 소는 생산량이 확대하기는 어렵고 닭도 한계가 있다. 돼지는 다소 불결한 환경에서도 빨리 자라고 또 아무거나 잘 먹어 농민들이 키우기도 쉽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ASF 발병과 가격 변동성이 중국 양돈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며 “수세기 양돈 산업의 중추였던 소규모 농민들이 주도권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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