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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내칼럼
[목요일아침에] 삼성, 괜찮은가

김영기 논설위원

글로벌 IT왕좌의 전쟁 치열해지는데

삼성, 수년째 M&A도 매출도 제자리

아무런 지원도 못받고 외로운 싸움중

믿을건 '게임체인저'기술 내놓는 것뿐





경제학자 린다 유의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대담한 제안’에 나타난 기업의 흥망성쇠 스토리는 다시 봐도 놀랍다. 2007년 노키아의 글로벌 휴대폰 시장점유율은 40%, 시가총액은 1,500억 달러에 달했다. 마약처럼 중독성을 지녔다며 ‘크랙베리’라는 별칭까지 들었던 블랙베리의 RIM은 2008년 기업 가치가 70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무서울 것 없던 두 회사는 스마트폰 시장의 격변을 따라가지 못하고 허무하게 무너졌다. 매각 가격은 70억 달러와 49억 달러에 그쳤다.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이라는 새 물결에 2,000억 달러 이상이 증발한 셈이다.

삼성전자가 2·4분기 실적을 발표한 7월 7일. 예상을 1조 원 이상 웃도는 12조 5,000억 원의 영업이익에 ‘역시 삼성’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그런데 이날 주가는 흘러내렸고 이튿날에는 ‘8만 전자’까지 무너졌다. D램 수요 둔화 등의 분석이 쏟아지지만 주가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도대체 삼성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아니 삼성은 괜찮은가.

2016년 삼성전자가 미국 하만을 80억 달러에 인수한다는 소식에 시장은 경탄했다. 2008년 매출 100조 원 시대를 연 지 4년 만에 200조 원을 돌파하고 5년도 안 돼 세계 1위 전장 기업을 품는 삼성의 앞날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반도체-스마트폰-가전’으로 연결된 삼각 편대는 정보기술(IT) 무적함대 일본을 무너뜨린 데 이어 벤치마킹 대상이던 애플마저 무릎 꿇게 할 것처럼 보였다.

“창업보다 수성이 더 어렵다”는 경구(警句)는 IT 산업에서 더욱 냉혹하게 적용된다. ‘현대판 몽골 기병’처럼 세계 시장을 잠식하는 순간 삼성은 최면에 빠졌을지 모른다. 국정농단 파문과 삼성물산 합병 논란은 미래형 시스템으로 3세 경영을 준비하던 삼성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정치적 풍파의 영향은 면밀한 진단이 더 필요하겠지만 삼성의 질주에는 확실히 제동이 걸렸다. 진화가 계속되기는 했다. 중국의 공세에 맞서 여러 사업군에서 동시에 선두를 지키고 있는 기업은 드물다. 2019년 나온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은 메모리에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깨려는 욕망이었다.



하지만 기업은 꿈만 갖고 되는 게 아니다. 실적이 있어야 살아남는 현실의 무대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미래까지 정밀한 잣대로 평가한다. 그런 의미에서 삼성의 시간표는 장밋빛이 아니다. 하만 이후 제대로 된 인수합병(M&A)이 없고, 매출이 8년여 ‘200조 원 트랩’에 갇힌 것은 뼈아프다. 반도체 사업은 영락없는 샌드위치 신세다. 기술적 우월이 줄어드는 메모리, 대만 TSMC와의 파운드리(위탁생산) 격차 확대, 인텔의 M&A 참전, 중국 명문대들의 줄 잇는 반도체대학원 설립, 일본의 IT 강국 부활 총력전…. 끔찍한 전쟁의 와중에 삼성의 투자 시계는 사실상 멈춰 있다.

휴대폰은 머리끝이 쭈뼛해질 정도다. 미국의 공격으로 화웨이가 사라진 자리에 나타난 것은 ‘좁쌀’의 공격이다. 올 2분기 중국 샤오미는 글로벌 점유율을 17%까지 끌어올리며 2위 애플(14%)까지 제쳤다. 삼성(19%)과는 고작 2% 차다. 이대로라면 왕좌는 조만간 샤오미의 차지가 될 것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0월, 노무라증권은 ‘대우에 비상벨이 울린다’라는 보고서로 시장을 뒤집어놨다. 경고음이 나오기 불과 수년 전 국민들은 대우의 ‘탱크 신화’에 환호성을 질렀다. 물론 빚으로 얼룩진 모래성 대우와 초우량 삼성의 비교는 비약이요, 억지다. 위기론 자체가 어불성설일 수 있다. 그럼에도 삼성의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사업적 현실보다 더 두려운 것은 삼성에 대한 국민의 맹신이다. 국민 절대다수는 삼성은 영원하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삼성은 절대 강자라는 공고한 심리에 갇혀 규제 완화든, 세제든 어떤 지원책도 특혜로 치부된다. 결국 삼성은 어떤 도움도 없이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한다. 치열한 전장에서 살아남을 유일한 방법, 그것은 시장의 판도를 바꿀 기술의 ‘게임 체인저’를 내놓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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