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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복잡해지는 세상…문제 해결할 최적의 도구는

■스케일이 전복된 세계

제이머 헌트 지음, 어크로스 펴냄





케임브리지 영어사전은 스케일(Scale)을 ‘사물을 측정하거나 비교하는 어떤 체계로 사용되는 숫자의 범위’라고 정의한다. 스케일은 정보를 체계화하고 사실을 수집하는 하나의 도구다. 음악가에게는 음의 층계이며, 도시계획가는 지리학적 하부 단위를 식별하는데 스케일을 사용한다. 기업에서는 스케일이 생산성이나 판매 실적을 측정하는 도구로 이해된다.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파악하고 가늠하기도 한다.

그런데 스케일이 인간의 지각 범위에서 벗어나면 어떻게 될까. 미국 뉴스쿨과 파슨스에서 초(超)학제 연구를 이끄는 제이머 헌트 교수는 책 '스케일이 전복된 세계'에서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인간의 지각 범위를 벗어난 현상, 즉 딜레마를 '스케일 혼란'이라고 정의한다. 모든 것이 비물질화되고 우리의 일상이 강력한 네트워크에 귀속되면서 기존의 스케일 감각으로는 본질을 예측할 수 없게 되고 있다는 것이다.



책은 20세기 초에 이어 오늘날 다시 스케일 혼란으로 인한 기념비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한다. 100년 전 변화가 기계화와 전기 사용에서 비롯됐다면, 지금은 '비물질성'과 '얽힘'이 만들어낸 새로운 스케일의 시대다. 우리 삶을 구성하는 프로세스, 서비스, 인공물 등 대다수가 물리적인 것에서 디지털로 바뀌고, 전 세계 시스템이 서로 강하게 연결되면서 기존의 스케일 감각과 맞지 않는 현상들이 일상을 지배하게 됐다는 논리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계측기는 쓸모 없어지고, 자의식이 흔들리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문제를 이해하는 능력도 저하됐다. 과거에는 신중한 사고 끝에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던 문제들은 이제 미지의 영역으로 남게 됐다. 종이 봉투를 쓸까, 비닐 봉투를 쓸까. 소유하는 것이 좋을까, 대여하는 것이 좋을까. 지역 상점을 이용해야 할까, 온라인에서 구매를 해야 할까. 이 모두가 과거에는 편리함과 취향의 문제였지만, 이제는 순간의 결정으로 더 많은 나무가 쓰러지거나 탄소 격리에 손실이 발생하는 등 여러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책은 현재의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접근법으로서의 스케일을 논한다. 방대한 스케일을 다시금 인간이 느낄 수 있게 하려는 예술가들의 노력도 그 중 하나다. 사진가 크리스 조던은 '플라스틱 병'이란 작품에서 5분 동안 미국에서 쓰이는 플라스틱 음료수병 200만 개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기후변화의 현실을 우리가 손에 쥘 수 있는 것, 즉 플라스틱 병으로 바꿔 놨다. 이러한 방식이 문제를 명쾌하게 분석하고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문제의 스케일과 복잡성에 압도되지 않을 때 해결의 기회를 엿볼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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