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메타버스 관련주들이 급등한 가운데 최근 첫선을 보인 메타버스 테마 펀드는 저조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해당 펀드들의 경우 주로 해외 정보기술(IT) 종목들을 집중적으로 담고 국내 주식 역시 인터넷 플랫폼이나 엔터테인먼트 관련주 위주로 구성돼 투자자들이 느끼는 수익률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KB자산운용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출시된 ‘KB메타버스경제펀드’의 수익률은 4.01%였다. 이 펀드에는 출시 한 달 만에 267억 원이 몰렸다. 지난달 28일 출시된 국내 2호 메타버스 펀드인 삼성자산운용의 ‘삼성글로벌메타버스펀드’도 이례적으로 2주 만에 245억 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지만 수익률은 1.93%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메타버스 테마주들은 급등했다. 자이언트스텝이 152% 치솟았고 알체라(59%), 선익시스템(37%) 등도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최근 국내에 메타버스 붐을 타고 등장한 2종의 펀드는 글로벌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다. KB메타버스 펀드의 경우 미국·한국·중국·일본에 상장된 200~300개 메타버스 관련 기업 중 30개 남짓의 기업에 분산투자하는 펀드다. 미국 주식 비중이 81.61%로 압도적이고 한국(9.04%), 일본(5.80%), 홍콩(3.55%) 주식의 비중은 적다. 삼성글로벌메타버스펀드는 자체 개발한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통해 종목에 대한 관심 정도와 시장 모멘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소를 고려해 50개 종목에 투자하는데 미국 비중이 78%에 달한다. 여기에 최근 투자 대상인 메타버스 관련 종목이 급등하며 유동성을 확보한 채 매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어 시장 성과와는 차이가 난다는 게 삼성운용의 설명이다.
KB메타펀스 펀드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브로드컴(4.73%), 어드밴스드마이크로디바이시스(4.67%), 마이크로소프트(4.67%), 퀄컴(4.66%), 페이스북(4.65%), 아마존(4.62%), 엔비디아(4.60%), 애플(4.59%), 유니티(4.22%), 로블록스(4.22%) 등이 1위부터 10위까지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실제로 글로벌 메타버스 경제의 성과는 같은 기간 2.3% 오른 나스닥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 종목은 네이버(NAVER·3.37%)와 골프존(1.90%), 엔씨소프트(0.84%)를 비롯해 하이브(1.90%)와 와이지엔터(0.73%), 에스엠(0.67%) 등이 포함됐다. KB운용 관계자는 “메타버스가 신산업이기는 하지만 펀드 편입 종목은 시총 3,000억 원 이상 대형주 위주로 보고 있다”며 “국내 메타버스 테마주들의 경우 기대감은 크지만 시가총액 규모가 적거나 종목에 대한 분석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아 편입하기에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글로벌메타버스펀드 국내 종목은 삼성전자만 0.86% 비중으로 편입하고 있다. 삼성운용 관계자는 “대형주는 평균 2.5%, 소형주는 1.8% 비중으로 분산투자하는 데다가 메타버스 관련 급등 종목들은 투자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세계 최초의 메타버스 ETF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ETF는 오히려 설정 이후 손실을 내고 있다. 이 펀드에는 국내 종목으로는 삼성전자가 1.08%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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