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7월 27일, 스타벅스 코리아는 젊음의 거리로 통했던 이화여자대학교 앞에 1호 매장을 냈다. 스타벅스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낯설었던 에스프레소 커피 문화를 들고 나타난 것이다. 당시 커피전문점이란 문화가 생소했던 터라 '밥값보다 비싼' 아메리카는 논쟁의 대상이 됐을 정도였다. 연 매출 6억원, 매장직원 수 40명이던 이 브랜드는 이제 6,000만 한국인이 향유하는 하나의 문화가 됐다.
27일 이마트는 싱가포르투자청(GIC)과 함께 미국 본사가 보유한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지분 50%를 매수한다고 공시했다. 이마트는 17.5%를 4,742억 원 나머지 32.5%는 GIC가 약 8,000억 원에 사들였다. 이로서 이마트는 기존 지분을 포함해 총 67.5%를 보유해 스타벅스 코리아의 실제 주인이 됐다.
미국 본사가 스타벅스 코리아에 안방 자리를 내준 것은 스타벅스 코리아가 스타벅스 글로벌에서 미국, 중국, 일본, 캐나다를 이어 '톱 5'(매출 기준) 국가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톱 5 국가 중 스타벅스 글로벌 본사가 아닌 자국 기업이 최대주주인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신세계그룹과 스타벅스가 만들어낸 다양한 혁신적 시도를 미국 본사도 인정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사이렌 오더다. 사이렌 오더는 스타벅스코리아의 상징적인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스타벅스코리아가 선보인 사이렌 오더는 2015년 본토인 미국을 비롯해 다양한 국가에까지 역수출했다. 연말마다 사람들을 기다리게 만드는 스타벅스 플래너 역시 한국이 원조다. 플래너도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에 역수출됐다. 이와 관련 신세계그룹은 “스타벅스의 문화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한국식 IT 기술과 디자인을 접목해 스타벅스 본사에서도 인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 중 자국어를 간판으로 채용한 건 서울 인사동 스타벅스가 유일하다. 또 자국어 애칭을 원두 명으로 하는 ‘별다방 블렌드’ 역시 스타벅스코리아가 처음이다.
탄탄한 스타벅스 코리아의 실적도 스타벅스 본사가 신세계그룹에 지분을 넘겨준 요인 중 하나다. 1999년 6억원의 매출로 시작한 스타벅스 코리아는 지난해 기준 매출 1조9,284억원, 영업이익 1,644억원으로 성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이어지고 있지만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올해 2조원 돌파도 유력하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주인이 된 신세계그룹은 스타벅스와 계열사 간 마케팅에 보다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본사 정책 때문에 하지 못했던 다양한 연계 사업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세계그룹의 다양한 계열사 등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스타벅스 코리아는 SSG닷컴과 함께 스타벅스 온라인 샵을 론칭하며 협업의 가능성을 봤다. 온라인샵에서는 출시한 한정판 굿즈는 시즌마다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5월 SSG닷컴에서 출시했던 ‘서머데이 쿨러’ ‘서머 나이트 싱잉 랜턴’은 3차 판매까지 완판됐다. 야구단 행사 등에서도 스타벅스 굿즈 등이 등장해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정용진 커피’ 출시 여부도 관심사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미국 브라운대 유학 시절인 1990년대 초반 스타벅스를 접한 뒤 스타벅스를 국내에 들여오는 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유명하다. 정 부회장은 스타벅스 코리아 유튜브에 출연하는 등 스타벅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정 부회장은 유튜브 채널에서 "국내에 원두커피 개념의 아메리카노가 처음 소개됐는데, 생소한 맛 때문에 고객들이 설탕이나 프림을 찾았다"며 "선행 결제나 테이크아웃도 신선한 문화였다"며 스타벅스를 국내에 들여온 당시를 회상했다. 또 정 부회장은 본인이 즐겨 마시는 음료로 ‘자몽 허니 블랙티’, ‘제주 유기농 말차로 만든 라떼’, ‘나이트로 콜드 브루’ 등을 꼽았는데 이후 해당 음료는 ‘정용진 Pick’으로 알려지며 주문수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총수 마케팅이 신세계그룹의 주요 화두”라며 “정용진 부회장이 고른 원두나 취향을 담은 제품들이 출시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스타벅스 코리아를 계열사로 둔 이마트는 당장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보게 될 전망이다. 이마트는 스타벅스 코리아 계열사 편입으로 연결재무제표 기준 연간 매출액은 2조원, 영업이익은 1,000억원 가량이 높아진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약 22조원, 영업이익 2,300억원을 기록했는데. 스타벅스 코리아 연결 시 연간 영업이익이 사실상 두배로 증가해 기업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게 된다. 배당금 수익도 기존 300억원 규모에서 100억원 가량 늘어난다.
스타벅스코리아의 상장 여부는 관심사다. IB 관계자는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인수에 함께 나선 싱카포르투자청이 상장을 추진하고 엑시트 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상장 여부는)확정된 바 없다"며 "이번 인수 계약에서 상장 관련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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