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에서 나오는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개정 움직임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확실히 반기를 들었다. 다만 그는 정책 부작용으로 신규 전세 가격이 급등하는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시장 동향을 모니터링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나타냈다.
홍 경제부총리는 28일 부동산 시장 관련 관계 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계약 갱신 가능 기간 확대 등 더불어민주당의 임대차법 개정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임대차 3법 입법화는 임대차 시장에서 볼 때는 30년 만에 가장 큰 제도 변화가 아닌가 싶다”면서 “지난해 어렵게 제도화된 내용이어서 당분간은 제도 안착에 주력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답했다. 그는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신규 계약에 대한 전세 가격과 갱신 계약에 대한 전세 가격 간 갭이 발생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당분간 전월세 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제도 개선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관찰, 대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규제 부메랑으로 전세 매물이 줄면서 최근 1년 가격이 급상승했다.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 3,483만 원으로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난해 7월(4억 9,922만 원)보다 크게 뛰었다. 같은 아파트 내에서도 신규냐, 갱신이냐에 따라 전세 가격이 수억 원까지 차이가 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날 정도다. 또 전셋값 상승은 집값까지 밀어올려 집 없는 서민들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실정이다.
민주당은 최근 임대차법을 개정해 신규 계약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나섰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신규 계약을 맺는 경우 건물주인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부단히 상향시키는 문제가 있었다”며 “입법적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규 계약에도 전월세상한제를 적용하거나 계약 갱신 가능 기간을 4년에서 6~8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신규 계약에도 임대료 상승 폭을 제한하면 임대주택 공급이 급감해 전세 매물이 더 줄어드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야당도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7일 성명서를 통해 “지금 임대차 3법 때문에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고통을 받고 있는데 부작용이 ‘법’ 때문이 아니라 ‘임대인 탓’이라고 한다”면서 재개정 움직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당분간 현행 제도를 유지할 방침이다. 임대차 3법 시행 1년으로 전세 난민이 대거 양산됐는데도 서울 아파트 임차인 다수가 제도 시행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보고 싶은 면만 보면서 자화자찬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는 21일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 장관 회의에서 “서울 100대 아파트의 경우 3법 시행 전 임대차 갱신율이 1년 평균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57.2%)에서 시행 후 10채 중 8채(77.7%)가 갱신되는 결과가 됐다”며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이 그만큼 크게 제고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분석에 따르면 전월세상한제 적용으로 갱신 계약 중 76.5%가 인상률 5% 이하 수준에서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임대차 3법을 개악해서는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올 수밖에 없어 규제를 개정 전으로 원위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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