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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메타 상상력’ 필요한 메타버스와 지식재산

김용래 특허청장





“내가 꿈을 꿔서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을 꿔서 지금의 내가 된 것인지 알지 못하겠구나.” 장자의 호접지몽(胡蝶之夢)은 꿈속의 나비와 현실의 나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다. 요즘 많이 언급되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에서는 이미 장자의 철학이 현실화하고 있다.

메타버스란 가공·초월을 의미하는 ‘메타’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로 지난 1992년 미국 공상과학(SF) 작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에 등장한 개념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지하철 안에서 책을 보거나 낯선 곳을 여행할 때 종이 지도를 보면서 길을 찾았다. 그러나 이제는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역할수행게임(RPG)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하고 여행 중에는 구글 앱을 보면서 길을 찾는다.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19’로 인해 더 가속화했다. 이제는 어디서든 화상회의가 가능하고 가상공간에서도 협업이 가능하도록 업무 환경이 변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제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디지털 기호로 된 상품을 가상의 주체 간에 가상화폐로 거래하고 있다. 현실 세계의 상품을 연상시키는 상품도 있지만 현실 세계에는 없는 상품을 만들어 팔기도 한다. 이렇게 변화된 환경 속에서 특허청은 현실과 연결돼 있는 가상 세계에서 이뤄지는 상거래나 상품을 상표법 등으로 어디까지 인정하고 보호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메타버스와 지식재산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답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기존 제도와 생각을 뛰어넘는 ‘메타 상상력’이 필요하다. 실재하는 상품과 시장만을 염두에 둔 현행 법 개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가상 세계에만 존재하는 상품을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지 고려해봐야 한다. 가상 세계에서만 사용되는 브랜드를 다른 사람이 현실 세계에서 먼저 상표권으로 등록하려는 경우 이를 악의적 상표 출원으로 거절해야 할 것인지도 검토해야 한다. 또한 메타버스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유형의 지식재산권 사용에 대해 침해로 볼 경계를 고민해야 한다.

가상 세계에만 존재하고 거래되는 상품에 현실 세계의 상표를 표시하는 경우 소비자의 혼동 가능성이 있는지, 이와 반대로 현실 세계의 상표를 가상 세계에서 상표권자의 동의 없이 사용하면 양 상품의 유사성을 인정해 상표권 침해로 볼 수 있는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는 경우와 타인의 지식재산을 침해하는 경우를 세밀하게 구분할 필요도 있다. 나아가 메타버스는 국경이 없는 세계이기 때문에 상표권 등의 효력 범위나 플랫폼의 간접 침해 책임 논의, 국가 간 협력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허청은 상표법·디자인보호법·부정경쟁방지법 등 관련 법 제도 정비를 통해 메타버스 관련 산업이 발전하면서도 가상과 현실 세계의 경쟁 질서가 훼손되지 않을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나갈 계획이다. 다만 메타버스는 계속 변화하고 있으므로 우리의 ‘메타 상상력’도 미래를 향해 열려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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