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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관치·정치금융이 불러온 은행들의 천수답식 이자놀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올 상반기 이자 수익이 15조 4,585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1조 3,421억 원(9.5%) 늘어난 것이다. 민간 기업이 정상적인 경영으로 이익을 내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지만 은행의 이자 수익 증가 배경을 보면 개운치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19개 은행의 가계 대출 평균 금리는 6월 2.92%로 1년 전보다 0.25%포인트 올랐다. 반면 정기적금 금리는 0.11%포인트 내려갔고 정기예금 금리도 제자리였다. 코로나19의 와중에도 은행들의 ‘이자 놀이’ 패턴이 공고해진 것이다.

올 상반기에는 금융 당국이 가계 대출을 억제하자 은행들은 우대금리 혜택을 없애는 방식으로 대출 이자를 올렸다. 국민들이 집을 사겠다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하는 동안 은행의 이익은 계속 늘어난 셈이다. 문제는 은행 이익은 증가하는데 경쟁력은 멈춰 있다는 점이다. 외환 위기 이후 다른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올라가는 동안 은행들은 제대로 된 해외 인수합병(M&A) 작업을 벌이지 못했다. 기껏 인수한 것이 경쟁력이 더 낮은 동남아 은행들이었다. 여전히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자산운용사 한 곳 없는 것이 우리 금융 산업의 현실이다.

은행들이 쉽게 돈을 번다는 인식에 정치·관치 금융은 갈수록 심해졌다. 은행을 ‘낙하산 놀이터’로 여기는 것도 모자라 이익공유제 등 포퓰리즘 정책의 실험 도구로 삼고 금리 책정에까지 개입했다. 지배 구조가 허약한 은행들은 생산적 부가가치 창출 노력을 소홀히 한 채 당국의 비위를 맞추는 데 급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 허브가 어떻게 만들어지겠는가. 정부와 금융회사들은 자산 운용 능력 배가와 해외 M&A 등 금융 산업 발전을 위한 장기 플랜을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국민들이 이자 놀이나 보려고 천문학적인 혈세를 들여 은행들을 살린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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