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친환경차 산업 육성 정책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며 미래차 산업의 새로운 경제 블록이 탄생한 만큼 우리 기업의 대책 모색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16일 산업동향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미국이 친환경차 정책 청사진을 공개하며 유럽·중국 등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의 친환경차 정책 방향이 구체화했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일 친환경차 산업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2030년 미국의 승용차·소형트럭 신차 중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수소전기차를 포함한 무공해차(ZEV) 비중을 50%로 높인다는 목표가 제시됐다.
보고서는 미국 내 완전한 산업 기반을 구축해 친환경차 패권을 쥐겠다는 의지가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 서명 행사에 미국에 뿌리를 둔 완성차 기업 3곳(GM, 포드, 스텔란티스)과 전미자동차노조를 초청해 자국 기업·노조와의 동반자 관계에 기반한 산업 육성 의지를 밝혔다.
친환경차 핵심인 배터리 생산에서 중국이 세계를 주도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산학연의 역량을 결집해 배터리와 전기차 기술의 우위를 탈환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의 공공 차량 60만 대를 자국산 친환경차로 채우는 계획과 미국에서 생산되거나 미국 자동차 노조에 의해 생산되는 전기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를 위한 세액 공제 확대안을 소개했다.
보고서는 “무공해차 50% 목표는 그간 주요 기관에서 제시한 전망치를 넘어서는 것으로 미국 자동차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도전적인 수치”라며 “기업의 의지와 내연기관차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뒷받침돼야 달성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지난 5월 미국의 2030년 신차 중 전기차(순수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비중이 25∼30%에 그치고 2035년에야 45∼50%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미국 내 판매 비중이 높은 중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픽업트럭 등에서 대대적인 전동화가 요구된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에서 완화된 자동차 연비 규제의 영향을 만회할 급진적인 규제 강화가 필요하고 캘리포니아주 등에서 추진하는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계획도 보다 확산해야 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미국의 청사진 공개로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의 친환경차 정책 향방이 결정됐다는 점에 의의를 뒀다. 자국 친환경차 산업 기반 육성에 방점을 둔 미국의 정책 방향은 기후변화 대응을 명분으로 비관세장벽을 강화하는 유럽연합(EU)이나 대외 갈등 속에 내수 활성화에 몰두하는 중국의 정책과 더불어 친환경차 부문에서의 신(新) 경제 블록의 탄생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EU가 ‘핏 포 55(Fit for 55)’ 입법안에서 2030년까지 유럽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감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이는 하이브리드차 부문의 강자인 일본 기업의 입지를 좁힐 수 있다고 봤다.
이호중 책임연구원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국내·역외 생산 후 수출’ 중심 패러다임은 변화가 불가피해졌으며 정책 당국은 자동차 부문의 새로운 경제 블록에 대한 우리 기업의 진입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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