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 19 방역에 대한 자신감이 크다. 그래서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인다.”, “짧고 굵게 끝내겠다.” 등의 약속을 했지만 번번이 허무한 결과로 나타났다. 이번 광복절엔 코로나 위기를 어느 선진국보다 안정적으로 극복하고 있다고 하며, 10월까지 국민 70%에게 백신 접종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인 한국 백신 접종률을 두 달 남짓한 기간에 확 바꾸겠다는 생각인데 실현 가능성은 글쎄다. OECD 국가 중 인구 35만 명의 섬인 아이슬란드를 빼고 국민 70%에게 백신 접종을 마친 데는 없다.
백신 접종의 모범으로 꼽히는 이스라엘도 국민 63%에만 접종을 마쳤다. 정부는 부족했던 백신 공급물량이 늘어나는 점을 기대하는 모양이나 자체 백신을 개발·생산해 넘쳐나는 미국과 영국도 접종 완료율이 50∼60%다.
한국에서 백신은 18세 이상에만 맞히는데 17세 이하 인구가 15% 정도로, 나머지 접종대상 인구의 83%가 맞아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 백신 접종에 대한 호응도가 이렇게 높은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찾기 어렵다. 특히 한국은 최근 18∼49세 예약률이 60%에 그치는 등 젊은 층의 백신 수요가 높지 않다.
방역 당국은 백신 접종으로 11월 집단면역을 형성하고 필요하면 접종률도 더 높이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때까지 기다리기엔 상황이 긴박하고, 집단면역 형성을 목표로 한 방역대책은 문제가 있다고 전문가들도 지적한다.
발등의 불인 4차 대유행이 멈추지 않고 이로 인해 경제가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소비자 심리가 위축되고 국내 증시는 힘을 잃고 환율이 치솟았다. 방역도 경제도 모범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다른 나라 사례를 참고삼아 필요한 방역·경제정책을 펼쳐야 한다.
싱가포르는 백신 조기 보급으로 감염병 확산을 막아 올해 6∼7%의 성장률이 전망되며, 대만은 강력한 통제정책으로 감염병을 억제해 지난해 플러스 성장했고 올해 5.4% 성장이 예상된다.
미국과 유럽은 코로나 19 환자는 많이 늘었으나 지난해와 같은 봉쇄 조치를 사용하지 않아 경제는 상대적으로 활발하다. 올해 미국과 영국 모두 7.0% 성장이 예상된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환자와 사망자 숫자가 미국과 유럽보다 훨씬 적고 한국과 비교해 인구비례로 따져도 낮다. 야간 통행 제한과 같은 강력한 봉쇄 정책을 발동한 대가다. 호주는 감염병 대응에 필요하면 3분기 마이너스 성장도 감내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은 미국 유럽보다 환자가 적지만, 한국과 비교하면 인구비례로도 많다. 도쿄와 인근 지역에 긴급조치를 발령하고 있으며 확산이 멈추지 않자 지역을 더 넓히고 있다. 다만 일본 긴급방역 조치의 법적 성격은 우리보다 약하며 개인 통제보다는 업체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벌금이 중심이다.
한국에선 거리 두기의 가장 높은 4단계가 수도권에 한 달 넘게 시행돼도 환자 숫자가 줄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지금 시점에서 지난해 유럽이나 현재 호주와 같은 봉쇄(lockdown) 조치를 시행하기는 어렵다. 환자가 더 는다면 일본이 채택한 방침대로 위중증 환자 관리와 병상 확보에 초점을 맞추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백신 종류 및 접종 간격을 자주 바꿔 백신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일을 멈춰야 한다. 2차 접종 완료 수치에 치중하기보다 이스라엘처럼 고위험군에 대한 부스터 샷을 병행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경제적으로는 대면서비스업을 포함해 영업활동에 대한 제약을 최소화해야 한다. 학교 수업은 가능한 조기 정상화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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