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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역사의 전환기, 민심을 읽은 자가 결국 천하를 얻었다

■진붕, 초망

리카이위안 지음, 글항아리 펴냄

진나라 붕괴·초나라 멸망 격동기

'후안무치' 영웅들 흥망성쇠 그려

유방·항우 등 윤리·도덕 재조명

정치인 욕망·권력에만 혈안 땐

'패가망신의 나락' 교훈 되새겨

유방의 초상화./사진제공=글항아리




"민심을 잃는 자는 천하를 잃을 것이요, 민심의 향배가 운명을 바꾸는 결정적인 조건이다."

중국 한나라 유방의 책사인 한신은 초나라를 멸망시킬 전략인 '한중대(漢中對)'를 통해 항우가 반드시 패배할 수 밖에 없는 이유로 민심을 꼽았다. 중국 역사에서 항우는 진승, 유방과 함께 진나라 뿐만 아니라 초, 한까지 삼국의 역사 동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인물임과 동시에 무력을 맹신하며 정치를 소홀히 해 초나라를 멸망시킨 실패한 인물로 평가된다.

진나라 말기 항우는 군사를 일으켜 중국 최초의 제국 진나라의 멸망을 이끌었다. 여섯 국가 연합군을 거느리고 진나라와 싸워 서초패왕의 자리에 오른 영웅호걸 중 한 명이다. 마침내 초나라 왕에 오른 항우는 ‘사면초가(四面楚歌)’로 유명한 유방과의 해하 전투에서 패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진나라를 무너뜨리고 왕위에 오른 지 불과 5년 만이다. 항우는 죽음 앞에서도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하늘을 원망하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민심을 잃은 자는 천하를 잃는다는 역사적 교훈도 여기서 등장한다.

책 '진붕(秦崩)'과 후속작 '초망(楚亡)'은 중국 진나라 제국이 붕괴하고 초나라가 멸망하는 격동기 역사와 전쟁, 영웅들의 흥망성쇠를 그려낸 작품이다. 이 시기를 다룬 대표적인 작품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초한지'다. 이 책 역시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사마천의 '사기'를 뼈대로 하고 있다. 베이징대 중국고대사연구센터 겸임 연구원이자 진한사 연구자인 저자 리카이위안은 진한 교체기에 주목하며, 두 제국의 전환기에 커다란 역할을 한 인물들이 공통적으로 초나라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진나라 병마용./사진제공=글항아리


'진붕'이라는 제목처럼 책은 진나라의 붕괴 과정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진의 붕괴는 전국칠웅시대 다른 6국의 붕괴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1911년 청이 멸망하기까지 무려 2,100년 동안 지속된 제국의 기틀을 처음으로 마련한 제국의 붕괴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진의 붕괴 주체를 이웃하던 초나라 출신 진승과 항우, 유방 3명을 중심으로 비추고 있다. 이들은 진 뿐만 아니라 초, 한까지 삼국의 역사 동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인물로 등장한다.

저자는 진나라 멸망에 대해 당시가 후안무치한 영웅시대였다고 평가한다. 이익만 추구하고 눈앞의 성공에 급급한 시대, 윤리 도덕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시대, 신의는 부재하고 음모와 모략 뿐인 시대였다는 것이다. 제국이 멸망한 원인 역시 덮어놓고 진취와 발전만 추구하며 공리주의를 받들었던 반면, 윤리 도덕은 소홀히 해 결국 도덕의 마지노선이 소멸한 데서 찾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도 그 어느 때보다 윤리 질서를 경시한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점에서 현재는 진나라 말 후안무치한 영웅시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저자는 꼬집는다.

뤄양고묘박물관 소장 전한 시기의 벽화 홍문연도./사진제공=글항아리


‘초망’은 진나라 멸망 이후 유방의 한나라와 항우의 초나라를 중점으로 다루고 있다. 유방과의 초한전쟁을 끝으로 항우는 31세에 생을 마감한다. 초나라 역시 항우의 죽음과 함께 기원전 202년 막을 내린다. 진나라의 붕괴에 이어 초나라의 멸망, 한나라의 성립이라는 일련의 전환기를 거쳐 중국 역사는 500여 년 동안의 혼전을 마치고 전한의 전성시대를 맞이한다.

책은 팽성대전, 해하전투 등 이 시기 주요 전투를 다루면서 고대사가 안고 있는 구체적 공백을 메우는데 집중하고 있다. 작가의 상상력이 아니라 배수진(背水陣) 전장 등 역사서에서 생략된 장면들을 복원하기 위해 수 년 간 직접 진행한 현장 답사를 토대로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팽성을 유방에게 빼앗긴 항우가 다시 팽성을 함락하고 유방을 망국 지경으로 몰아넣은 팽성대전의 이동경로와 소하가 한신을 추격한 유적지를 확인하는 등 유적지를 직접 찾아가 의심스러운 사서의 행간을 메웠다.

저자는 책에서 우리 현실을 비춰보는 거울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당시 천하의 형세를 외면하고 자신의 고향 근처인 팽성으로 도성을 옮긴 항우의 행적을 새롭게 분석하면서 정치인이 대다수 민심을 어기고 자신의 욕망과 권력 구현에만 혈안이 되면 결국 패가망신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음을 전하고 있다. 각 2만8,000원, 2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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