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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콴텍' 이상근 대표 "대학생 때 주식투자로1억 날렸던 경험이 로보어드바이저 창업 밑거름"[CEO story]

알바로 모은 800만원 주식투자로 전역 후 1.8억으로 불려

ELW·선물에 손댔다가 1년새 몽땅 날려

컴퓨터 전공살려 알고리즘 트레이딩 개발

창업 6년만에 운용자산 1,300억 성과 내

개인 맞춤형 '투자 앱' 내년에 선보일것"


“대학생 시절 주식 투자에서 불과 1년 만에 1억 8, 000만 원이라는 큰돈을 잃고 보니 ‘투자’라는 것을 제대로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유리 멘탈’이나 편향에 흔들리지 않는 알고리즘 매매를 파고들었습니다. 그동안 쌓은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을 집약해 MZ세대의 소액 투자자도 맞춤형으로 자산 관리를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상근 콴텍 대표. /오승현 기자




창업 6년 차, 국내 대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중 하나인 ‘콴텍’의 이상근(사진) 대표는 아직도 양복보다 후드티가 편한 전형적인 MZ세대 창업자다. 그는 최근 흔들리는 장세에 돈을 잃고 속앓이를 하고 있는 ‘주린이’를 보고 있으면 대학 시절 겪었던 ‘운 좋았던’ 경험이 생각난다.

게임을 좋아했던 이 대표는 대학에 입학해 컴퓨터과학을 전공으로 선택했지만 스스로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사정 때문에 온갖 종류의 아르바이트를 섭렵했다. 이렇게 땀 흘려 모은 알바비 800만 원이 2004년 군대를 가기 전 그의 통장에 들어 있었다. ‘현대중공업 주식이 좋다더라’는 선배의 말 한마디를 듣고 입대 전 증권사 객장을 찾아가 주식을 샀다. “회사만 튼튼하면 주가는 오르겠지”라는 그야말로 주린이다운 생각이었다. 전역을 하고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계좌를 어느 날 우연히 보고 깜짝 놀랐다. 무려 1억 8,000만 원으로 불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 돈 버는 방법은 따로 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고 이후 이를 종잣돈 삼아 본격적으로 주식 투자에 뛰어들었다.

2007년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심해지기 시작한 장세였다. 빨리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상한가 종목’ ‘단타 종목’만 좇았다. 1억 원이 날아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안 되겠다 싶어 8,000만 원으로 주식워런트증권(ELW)에 손을 댔다. 얼마 지나지 않아 3,000만 원이 눈 녹듯 사라졌다. 다시 5,000만 원으로 선물옵션에 뛰어들었다. 결국 1억 8,000만 원을 다 까먹는 데 1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원래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었습니다. 투자라는 것을 제대로 해보겠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알고리즘 트레이딩입니다. 주식 투자에 성공하려면 ‘심리와 역행하는 게임’을 할 줄 알아야 하지만 인간은 도저히 못한다는 것을 제 스스로 깨달았기 때문이죠.”

이후 컴퓨터공학도의 장점을 살려 알고리즘 트레이딩에 대한 온갖 이론서를 파고들었다. 독학으로 배워서 만든 알고리즘으로 매매를 해보니 수익이 났다. 자신감을 얻은 이 대표는 ‘AGE테크놀로지’를 창업하고 운용증권사 고유계정운용(PI)팀에 프로그램을 팔기 시작했다. 선물옵션 매매로 연 80~100%의 수익을 꾸준히 내다 보니 2012~2016년 여러 증권사 PI 부서에서 인정을 받았다.

“컴퓨터로 돈 번다는 얘기를 들은 주위 사람들이 투자 조언을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다들 주식 투자로 돈을 벌고 싶어하는데 돈 벌 방법을 모르겠다면서요. 사실 당시 알고리즘 매매는 선물옵션 같은 파생상품으로 잦은 매매를 하는 방식이라 소액 투자를 하는 개인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수단이었습니다. 그래서 개인투자자들도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쉽게 투자할 수 있는 도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2016년 회사를 차린 뒤 한국과 미국의 개별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로 알고리즘 매매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매달렸다. 이미 PI를 통해 쌓은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예상보다 빠른 시점인 약 2년 만에 로보어드바이저인 ‘Q엔진’을 개발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알고리즘은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검증된 실적”이라며 “그래서 금융위원회에서 만든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에 등록하고 공개적인 검증을 받는 데 주력해왔다”고 설명했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에서 검증을 통과해 상용화가 가능한 59개의 알고리즘 중에서 콴텍이 개발한 것만 20개가 넘는다. 이 가운데서 위험 관리 모델을 적용한 ‘콴텍 안정 성장주 국내 주식 대형’ 알고리즘의 경우 지난해 3월 10일 시장 위험을 감지하고 위험 자산을 안전 자산으로 리밸런싱했다. 이후 6월 3일에는 위험이 해제됐다고 판단해 안전 자산이 위험 자산으로 전환돼 운용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로보어드바이저의 위험 관리 능력이 본격적으로 증권사와 운용사·은행으로부터 인정받으며 상품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흥국자산운용과 로보어드바이저의 위험 관리 모델을 적용한 공모펀드를 론칭했으며 하나은행에서는 콴텍의 Q엔진을 적용해 국내 상장 ETF를 운용해주는 신탁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 KB증권에서는 프라임클럽에서 프라이빗뱅커(PB)들이 활용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으며 DB금융투자와는 테스트베드에 공개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랩 상품을 3호까지 출시했다. 현재 운용 자산은 1,240억 원으로 불었고 직원도 37명으로 늘었다.

이 대표는 최근 MZ세대들이 주식 투자에 관심을 갖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더 권유하는 것은 ‘창업’이라고 했다. “창업 초기 알고리즘 매매 프로그램을 들고 금융회사에 찾아갔더니 ‘정신 나갔냐’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박사급 인력과 비싼 데이터를 동원해 수백억 원을 쏟아붓고도 만들기 어려운데 주식과 컴퓨터를 좋아하는 몇몇이 어떻게 그것을 만들어내겠냐는 의구심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들으니 의욕이 꺾이기보다는 더 불타올랐습니다. 매일매일이 새롭고 재미있었습니다.”

창업을 꿈꾸는 MZ세대에게 그가 전하는 조언은 돈보다 도전을 통한 성취를 즐기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로보어드바이저에서도 알고리즘은 오히려 부수적”이라며 “중요한 것은 무슨 동기를 갖고 알고리즘을 만드느냐다”고 말했다. 특히 돈을 벌기 위해 창업을 하면 쉽게 지쳐 나가떨어질 수 있다는 게 그의 경험담이다. “투자를 받기 전에는 본인의 사비를 털어야 하는 경우도 많고 투자금을 까먹기도 쉽습니다. 돈을 목표로 하면 이때 쓰러지고 말죠. 도전을 통해 성취감을 얻는 일은 투자로 돈 버는 일보다 짜릿합니다.”

이 대표가 지금 도전하고 있는 것은 개인 맞춤형 투자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이다. 이 앱에 접속하면 마이데이터시스템을 이용해 자신의 자산·소득·성향·나이 등을 분석하고 이에 맞는 투자 알고리즘을 찾아서 매칭해준다. 예를 들어 기존 계좌에서 성장주 주식만 들고 있는데 막상 본인의 성향은 안정 지향적이라면 방어적인 성격의 주식을 추천해주는 식이다. 그리고 매일매일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점검하고 미래 기대 수익까지 보여준다. 이미 앱 개발을 마친 콴텍은 올해 안에 내부 베타테스트를 끝내고 내년 상반기에는 독자적인 앱을 출시할 계획이다.

그는 “제 창업의 동기는 돈 버는 일 자체보다는 MZ세대와 같이 힘든 세대가 투자를 통해 자산을 불리는 데 밀알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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