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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바람은 변화로서 존재를 증명한다

박광석 기상청장

박광석 기상청장




“폭우가 휩쓸고 간 자리…널브러진 자동차들”

태풍 오마이스가 남해안을 중심으로 엄청난 물폭탄을 쏟아붓고 지나갔다. 규모는 작았지만 태풍은 태풍, 지난 월요일 자정 무렵 경남 고성에 상륙해 6시간 만에 한반도를 빠져나갔다. 태풍이 남해안에 다가올수록 점점 빗줄기가 강해지더니 상륙할 즈음에는 거제 지역에 무려 시간당 99.5mm의 폭우가 쏟아졌다. 그 순간 자연의 가공할 만한 위력 앞에 두려움과 호우 피해에 대한 걱정이 몰려왔다. 도로 곳곳이 침수되고 재산 피해가 있었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피할 수 있었다.

태풍과 같은 위험 기상을 떠올리면 막막함이 앞선다. 물리적으로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보나 특보를 통해 주의를 환기하고 언론이나 관계 기관에서 만반의 준비를 독려해 그 피해를 줄일 수는 있다.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매년 어김없이 위험 기상은 닥쳐오지만 예보하는 기상청도, 방재를 준비하는 관계 기관도, 직접 겪어내는 국민들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조금이라도 더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겠다는 의지로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이겠다는 의지로 현명하게 위기를 넘기겠다는 자세로 위험기상을 맞이한다. 날씨는 한없이 온화하다가도 한순간 가혹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예보관은 변화하는 날씨의 이면에 숨은 사회적 함의를 찾는다. 온화한 날 일상을 이어가고 가혹한 시간을 함께 견뎌내는 연대의 시작에 예보가 있기 때문이다. 늘 그렇지만 태풍이 지나가면 어느새 빗방울은 가늘어지고 바람은 잦아든다. 사람들은 다시 팔을 걷어붙이고 일상을 찾아 나선다. 기상청도 다시 내일의 날씨를 진단해 나간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태풍도 바람의 일종이다. 기상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바람은 대기가 평형을 찾아가는 흔적이다. 태풍 역시 적도 주변에 쌓인 에너지를 고위도로 실어 나르는 직접적인 전달자 역할을 한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자연이 편안한 상태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기상 현상이 나타난다. 온화한 바람도 거친 태풍도 자연스러운 변화의 과정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바람으로 대표되는 자연의 변화, 변화 그 자체로서의 자연은 태곳적부터 인간과 함께 해왔다.

법정 스님은 ‘바람은 왜 부는가’라는 글에서 ‘바람은 움직이면서 살아 있는 기능을 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살아 있고자 한다면 자연의 움직임과 흐름을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가르침을 준다. “모든 것은 변화를 거치면서 살아 움직인다. 하나의 극에서 다른 극으로 움직이면서 변화한다. 이런 변화와 움직임을 통해 새롭고 신선한 삶을 이룰 수 있다”. 그 가르침은 이렇게 끝맺는다.

바람은 변화로서 존재를 증명한다. 앞으로도 바람은 끊임없이 불어올 것이다. 우리는 그 바람을 맞으며 준비하고 대응하며 극복하고 이내 다시 삶을 이어갈 것이다. 장구한 세월 동안 끊임없는 바람을 겪으며 그 변화가 생(生)의 본질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 살아있고자 한다면 그 움직임과 흐름을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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