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26일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물가 상승률은 5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 4차 재확산으로 경기가 위축되고 있지만 유가 등 원자재 가격과 국내 농축산물 가격 상승에 생산자물가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압박이 금리 인상 이후에도 누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는 추가 금리 인상 속도도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올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다음 달 2일 발표되는 8월 소비자물가 역시 전년 동월 대비 2% 이상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4월부터 매달 최고치를 경신 중인 생산자물가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7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10.02(2015년=100)로 전월 대비 0.7% 올라 9개월 연속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7.1%로 2011년 6월(7.2%) 이후 10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생산자물가 상승의 주된 원인은 원자재 가격 강세와 농축산물 공급 부족이다. 특히 국제 유가가 오르며 석유류 가격이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배럴당 두바이유 가격은 올 1월 54.82달러에서 7월 72.93달러로 껑충 뛰었다. 이에 지난달 휘발유(8.2%), 경유(6.3%) 등 석탄·석유제품이 5.1%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21일까지 16주 연속 상승하기도 했다. 수박(40.1%), 시금치(76.0%), 닭고기(18.4%) 등 농축산물의 상승률도 높았다.
원유(原乳) 가격이 ℓ당 21원(2.3%) 오르면서 우유 외에도 아이스크림·요구르트를 포함한 가공식품 가격이 동반 인상될 가능성도 커졌다. 2013년 원유 가격이 ℓ당 106원(12.7%) 올랐을 당시 서울우유는 우유 가격을 약 10% 인상했고 매일유업은 전체 유제품 가격을 9.0% 올린 바 있다. 제과·제빵업계에서는 올 초부터 주요 재료인 달걀 가격 급등을 겪은 데 이어 이번에 우유 가격까지 올라 연내 제품 가격 인상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물가 상승과 함께 코로나19 4차 재확산으로 경기 위축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심리지수는 7월 103.2로 7개월 만에 상승세가 꺾인 데 이어 8월에는 102.5까지 떨어졌다.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 역시 6월(101.0)부터 2개월 연속 하락해 8월에는 94.0을 기록했다. 김영훈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이달 20일 “음식·숙박 등 대면서비스업의 7월 카드 승인액은 유의미하게 감소하고 있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장기화할 경우 피해가 좀 더 누적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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