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국군 병사 봉급이 올해보다 11.1% 오른 월 67만원대로 인상된다. 장병 1인당 1일 기본급식비도 25.1%인상돼 1만1,000원에 이를 예정이다. 정부가 내년도 대선을 앞두고 군 장병 인건비와 장병 복지 관련 예산을 이처럼 대폭 올림에 따라 표심을 사려는 ‘표퓰리즘’ 이라는 논란을 사게 됐다.
국방부는 2022년도 국방예산을 올해 대비 4.5% 인상한 55조7,277억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해당 예산안은 오는 9월 3일 국회에 제출된 뒤 상임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거치게 된다. 현 정부 출범 후 전년대비 국방 예산 증가율을 2019년 8.2%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0년 7.4%, 2021년 5.4%, 2022년 4.5%(정부안)를 기록했다.
내년도 국방예산안중 군사력 건설에 투입되는 방위력 개선비는 2.0% 인상에 그쳐 17조3,365억원으로 편성됐다. 반면 병력운영비는 5.8% 인상한 21조7,817억원, 전력유지비는 5.6% 올린 16조1,094억원으로 편성키로 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국방예산중 최신 무기 도입 예산비중은 점차 감소하고, 인건비·운영·유지 등 경상경비는 증가하게 돼 우리 군의 살림이 ‘고비용·저효율화’될 우려가 있다.
특히 인건비와 보건·복지비의 경우 인상율이 과도해 내년도 대선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사게 됐다. 이중 내년도 장병 보건 및 복지향상 예산은 올해대비 무려 58.5%나 증가한 7,911억원으로 편성됐다. 급식 및 피복비는 9.2% 인상된 2조5,136억원(기본급식비 예산 1조2,371억원 포함), 급여정책비는 5.6% 오른 16조639억원으로 책정됐다.
이에 따라 내년도 병사 봉급은 올해 60만8,500원보다 11.1% 오른 67만6,100원으로 추진된다. 이는 2017년도 최저임금 대비 50%수준으로 병사 봉급을 인상하겠다는 문재안 대통령 공약 이행 차원으로 보인다. 기본급식비 또한 올해 8,790원에서 내년 1만1,000원으로 25.1% 오른다. 동원훈련에 참가하는 예비군에게 지급되는 보상금도 올해 대비 31.9% 증가(4만7,000원→6만2,000원)할 예정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기본급식비를 대폭 올리는 것은 올해 이슈화된 장병 부실급식 문제 해소 차원이고, 병사 봉급 인상은 대통령 공약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경상경비성 예산항목의 인상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라고 평가했다.
내년도 국방비에는 ‘병 내일준비지원사업’ 신규 예산 2,191억원과 ‘내일준비적금’ 사업 관련 지원예산 26억원도 포함됐다. 이중 내일준비지원사업은 군 방병이 18개월 복무기간중 매월 40만원 납입시 본인 납입금 754만원(이자포함)과 국가지원액 251만원을 수령해 총 1,005만원의 목돈을 마련하게 하는 것이다. 해당 사업은 내년도 1월 2일 납입분부터 적용된다. 아울러 내일준비적금 관련 예산은 해당 적금에 1%포인트의 가산금리를 지원하는데 소요된다.
내년도 방위력 개선비 중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중국 등을 견제할 첨단 무기체계인 함정과 항공기 예산은 감소했다. 특히 항공기 예산은 올해 대비 무려 41.5%나 감소한 2조7,085억원에 그친다. 함정 예산은 4.0% 줄어든 2조3,806억원으로 편성된다. 대신 방위사업정책지원 예산은 47.9% 인상해 1조1,105억원으로 편성했다. 지휘정찰예산은 37.9% 인상한 3조1,735억원, 기동화력 예산은 11.3% 증액한 3조1,812억원으로 책정하기로 했다. 유도무기 예산은 1.6% 오른 2조2,548억원, 방위사업행정지원을 비롯한 기타 예산은 2.9% 인상된 2,073억원으로 추진된다.
국방부의 내년도 예산안중 무기체계 획득 예산은 13조,6985억원이다. 여기에는북한의 핵무장에 대응하는 핵·대량상살무기(WMD) 위협대응 전력 예산 4조6,650억원이 포함됐다. 해당 예산의 주요 사업으로는 북한 탄도미사일 등을 탐지해 막기 위한 군 정찰위성 및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Ⅱ 도입, 탄도탄 요격 미사일인 패트리어트 성능개량 2차 사업 등이 추진된다. 다만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Ⅱ사업으로 이스라엘의 ‘그린파인레이더’가 추가 도입되더라도 정작 탐지한 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고고도에서 요격할 SM-3미사일 도입 예산은 이번에도 반영되지 않아 ‘한국형 미사일 방어망(KAMD)은 반쪽짜리’라는 한계를 여전히 벗어나긴 힘들게 됐다.
국방부는 내년도 예산중 국산 차세대 전투기인 ‘KF-21 보라매’ 개발에 4,541억원을 편성하고, 차세대 잠수함 개발 사업에 4,210억원을 책정했다. 아울러 초소형위성 개발에 112억원, ‘한국형 아이언돔’으로 구축할 장사정포요격체계 개발 사업에 189억원을 들이기로 했다. 국방부는 방위력개선비의 일환으로 해군의 경항공모함 건조를 위한 착수예산을 내년도 예산안에 72억 반영하기로 했다. 아울러 K-2전차 3차 양산 중도금 및 차기 호위함(울산급 배치-Ⅲ) 착수·중도금도 내년도 예산안으로 편성했다.
한편 국방부는 미래 전장을 주도하기 위하여 우리 군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첨단 장비를 확보하는 이른바 ‘한국판 뉴딜’ 및 ‘스마트 국방 혁신’ 관련 사업예산을 내년도 예산안에 적극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특전사 강하훈련 가상현실(VR) 장비, VR 교육훈련센터, 예비군 VR모의사격장비 등 증강·가상현실(AR·VR) 장비 구축에 221억을 투자하기로 했다. 또한 데이터 기반의 과학화 훈련이 가능하도록 실전적 과학화훈련장 4개소(133억원)와 스마트 예비군?훈련병 관리체계(75억원)를 구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