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프로젝트 드래곤베인이 빗썸을 상대로 전면전에 나선다. 드래곤베인은 빗썸을 상대로 법원에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지난달 8일 기각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드래곤베인은 법원의 결정이 부당하다고 보고, 본안 소송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디센터는 법원의 결정문을 토대로 양측의 법적 분쟁의 주요 쟁점을 정리해봤다.
① 공익적 기능 수행하는 기관?… “Yes, 상폐 결정 존중돼야” VS “No, 사기업에 공익 의무 부여 맞지 않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결정문에서 빗썸을 공익적 책임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봤다. 재판부는 “빗썸은 가상자산 거래소를 개설, 운영하는 사적 경제주체에 해당하나 가상자산의 공정한 가격 형성과 그 매매, 그 밖에 거래의 투명성, 안전성 및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공익적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이어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서 빗썸 등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소정의 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등 가상자산 시장 관리에 관해 일정한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이러한 현황을 종합했을 때 거래지원 유지 여부에 대한 빗썸의 판단이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투자자를 효율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거래소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재량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드래곤베인 측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번 소송을 맡은 강민주 한별 변호사는 “온전한 사기업이자 아무런 설립요건도 없는 거래소의 공익적, 중립적 의무를 인정하면서 거래소 결정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을 한 전제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빗썸이 설립될 당시에는 가상자산사업자를 규제하는 법안이 없었다. 현 시점에서 빗썸이 특금법 상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를 마친 상태도 아니다. 강 변호사는 “마치 빗썸이 특금법에 따라 적법하게 신고된 거래소인 것처럼 내려진 이번 결정은 매우 부당하다”며 “결정문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거래소들은 모두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책임을 부여받는 것처럼 해석되는데, 이는 현실과 매우 거리가 있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② 상장폐지 기준의 적절성? “약관에 따라 결정, 문제 없다” VS “기준 모호, 자의적 해석 가능”
빗썸이 드래곤베인(DVC)을 상장폐지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3가지다. ▲시가총액의 대폭 하락 ▲프로젝트 개발의 진척도 확인 곤란 및 지표 부재 ▲커뮤니티 채널 관리 미흡 및 활동내역 확인 곤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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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베인 측은 시가총액 하락의 기준을 상장일 종가가 아닌 상장일 시가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해당 심사기준은 투자자 보호 등의 책임을 지는 빗썸이 정하는 것”이라고 봤다. 또 드래곤베인 측이 제출한 소명자료만으로는 “해당 프로젝트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볼만한 자료가 부족할 뿐 아니라 커뮤니티 채널 활성화를 위한 충분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볼만한 자료도 부족하다”며 빗썸의 손을 들어줬다.
강 변호사는 “빗썸이 어느 수준을 큰 하락으로 판단하고 있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비트코인(BTC)도 등락폭이 큰데 모호한 표현인 ‘하락’으로 표현하게 되면 빗썸의 자의적 판단이 가능하게 된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진척, 커뮤니티 비활성화 부분도 마찬가지다. 드래곤베인 측은 깃허브 업로드 내역, 대기업들과의 각종 체결 내역에 대한 증거, 커뮤니티 관리자 고용 등 관련 내역을 증거로 제출했다. 그럼에도 빗썸은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강 변호사는 “프로젝트 진척에 대한 심사기준이 모호하고, 비활성화에 대한 기준도 애매해 법리적 해석의 필요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원이) 심사기준에 대한 판단 없이 빗썸이 심사기준을 만들었으니 스스로 평가해도 된다는 식으로 결정한 것은 처음부터 빗썸의 손을 들어주고자 하는 의도라고 밖에 생각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소송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빗썸 관계자는 “해당 건은 이미 서울 중앙지법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한 건인 만큼 이후 절차에서도 당사의 입장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③ 피카의 업비트 상대 본안 소송 포기
업비트와 상장폐지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진행했던 피카 프로젝트는 본안 진행 여부를 전면 재검토한다. 본안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는 가처분 소송 결과가 기각으로 나오면서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송자호 피카 프로젝트 공동대표는 기각 결과가 발표된 직후 "법률 대리인들과 본안 진행과 관련해 재검토를 하기로 했다"며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에 조금 더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피카의 소송 포기를 두고 업계에선 다양한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소송 포기가 피카(PICA) 코인의 거래소 상장을 위한 밑그림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피카는 향후 대형 거래소 2곳에 상장할 예정이며, 한 곳과는 이미 계약 체결을 완료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장을 앞두고, 거래소(업비트)와 싸우는 모습을 보여줘 득이 될 게 없다"며 "적당한 선에서 양사가 타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피카가 소송비를 전액 부담하면서까지 소송을 포기한 것에 대해 업비트와 이면 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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