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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주민반발에 송전탑 예산 年 3,000억 못썼다

수년째 송변전 설비구축 못했는데

신재생 발전은 해마다 크게 늘어

송배전망 구축 비용도 '눈덩이'

한전 적자 속 블랙아웃 가능성↑





한국전력이 송전탑 건설 관련 주민 반발 등으로 매년 배정해놓은 송변전 예산 2,000억~3,000억 원가량을 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소를 제아무리 많이 짓더라도 송·변전과 같은 전력망에 연결되지 못할 경우 전력 공급을 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송배전망 문제가 향후 몇 년 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동일 발전량을 기준으로 할 때 원자력이나 화력 발전 대비 송배전망 구축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신재생발전이 탄소 중립 정책 등에 따라 향후 수십 년간 급증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반면 송배전 구축을 담당하는 한국전력은 전기료 동결 등으로 올해 1조 4,000억 원가량의 영업손실 우려가 제기되는 데다 오는 2024년에는 연결 기준 부채만 159조 4,621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신재생 관련 전력망 구축에 난항이 예상된다.

3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송·변전 설비에 2조 9,922억 원의 예산을 배정해놓았지만 실제 집행액은 2조 6,503억 원에 그쳤다. 계획 예산의 3,419억 원가량을 사용하지 못한 셈이다. 한전은 최근 수년째 송·변전 관련 예산을 애초 계획 대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7년에는 2조 7,721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지만 실제 집행액은 2조 5,465억 원에 불과했으며 2018년(2조 9,377억 원 책정, 2조 6,988억 원 집행)과 2019년(2조 7,176억 원 책정, 2조 5,812억 원 집행)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송전 설비 문제는 신규 발전소의 준공 지연으로 이어진다. 애초 올해 말 가동 예정이었던 강릉 안인화력발전소1·2호기(각 1.02GW 용량)는 정부의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2023년에나 가동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 삼척화력발전소 또한 관련 송·변전 설비가 2023년 10월에 갖춰질 예정이라 일러도 2024년에나 가동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수도권의 전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 중인 신한울과 신가평을 잇는 초고압직류송전선로(HVDC), 신한울과 수도권을 잇는 HVDC 또한 각각 2025년 6월과 2026년 6월에 설비가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송전 설비 관련 고장 건수도 2017년 77건에서 지난해 156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송전망 신규 설치 외에 보수 관련 비용 지출도 만만찮다.



한전이 사용하지 못한 송·변전 예산은 전기를 각 수요처에 공급하는 배전 관련 설비에 대부분 사용됐다. 실제 배전 관련 집행액은 수년째 예산 계획을 크게 초과하고 있다. 한전은 2017년 3조 91억 원의 배전 관련 예산을 책정했지만 실제 집행액은 3조 6,239억 원에 달했으며 2018년 또한 예산 계획(2조 8,808억 원)과 집행액(3조 3,088억 원)의 차이가 컸다. 이같이 배전망 비용이 급증한 것은 신재생발전이 늘면서 관련 접속 비용 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전은 지난해에만 신재생발전 배전망 접속을 위해 2,961억 원을 집행했다.

문제는 지금까지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송배전망에 신재생발전 비중 확대에 따른 추가적인 망 구축 부담이 더해지며 관련 비용 급증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신재생에너지는 날씨 등에 따라 발전효율이 크게 바뀌기 때문에 원자력과 설비용량이 같더라도 실제 발전량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송배전망은 설비용량 기준으로 설치해야 해 신재생발전은 같은 발전량의 원전 대비 3배가량의 송배전망 구축이 필요하다. 여기에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분산 에너지 활성화 전략에 따르면 한전은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설비를 자체 비용으로 구축해야 하며 관련 비용만 향후 2년간 1조 1,202억 원에 달한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의 ‘규모의 경제’ 확보를 위해 분산 에너지가 아닌 대규모 발전단지를 구축하고 있어 송전 관련 비용도 늘 수밖에 없다”며 “무엇보다 발전량이 2.4GW 수준인 풍력발전의 경우 송전선은 설비용량에 맞는 8GW 수준을 구축해야 해 망 구축 비용이 상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이 돈 쓸 곳이 많은 상황이지만 한전의 재무 상태는 악화 일로다. 한전의 올 2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7,648억 원이며 올 4분기 전기요금 동결 가능성 등으로 증권가에서는 연간 기준 올 영업손실 규모를 1조 4,705억 원으로 예상한다. 지난해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었던 한전공대 설립을 위한 출연금(384억 원)을 포함해 총 455억 원을 외부에 출자해 전체 외부 출연금이 1년 새 6배 이상 급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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